<기업 기(氣)를 살리자> “기업은 국가가 아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1-15 06: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ㆍ박재홍 기자 =“기업은 국가가 아니다.”

기업의 위기는 이 말에서 나오는 두 단어의 극명한 차이가 모호해지고 있는 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과사전에는 기업을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라고 정의 내렸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이며, 생산수단의 소유와 노동의 분리를 기초로 영리목적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생산경제단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소유와 노동의 분리 △영리목적 △개별성 △독립성 △생산경제의 단위체라는 고유의 특성을 지닌다.

국가는 ‘통치조직을 가지고 일정한 영토에 정주(定住)하는 다수인으로 이루어진 단체’로 정의내려진다. 일정한 지역·영토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그 구성원들에 대해 최고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치단체이자 개인의 욕구와 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큰 제도적 사회조직으로서의 포괄적인 강제단체다.

즉,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구성원 전원의 삶의 질 개선 등을 실현하는 국가는 상호 보완의 관계는 되지만 동일한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여론은 기업과 국가를 동일어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주름잡은 자유경제의 물결에 발맞춰 기업은 국가로부터 많은 자유를 얻었다. 규제 완화와 세제 부담 경감 등을 통해 기업은 국가의 구분과 상관없이 자사의 이름으로 경제적 영토를 넓혀왔고,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초 거대기업도 모두 20세기 이후부터 탄생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기업은 자유를 제공해줬던 국가로부터 견제와 압박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 취한 경제적 권력이 국가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해당 국가 최대기업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세금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정부로서도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개선 보다 기업 친화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위기를 느낀 정부, 국가는 더 이상 기업에게 무한 자유를 제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업은 국가의 우산 아래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며, 국가 정책에 부응하고 따라야 하는 갖가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기업의 존재의 가치, 다시 말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위한 활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최근 수년전부터 한국에서는 기업 활동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국가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책임은 과거 정부가 전담해왔던 분야에까지 이르고 있다. 실제로 기업 존재의 이유가 ‘사회적 공헌’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영리목적’이라고 응답하는 사람들보다 많다는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기업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언론에 신상품을 출시했다는 기업 기사는 눈에 띄게 줄었고, 대신 그 자리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기사가 채우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지출을 많이 하고 있으니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을 법도 한데,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기업의 소속원이기도 한 국민들은 여전히 기업이 부를 재분배하지 않는다고 불만만 늘어놓는다. 기업 오너나 소속 경영인이 경영에 있어 부정을 저지른 것이 발각되면 그동안 쌓아온 각종 사회공헌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해당 기업 전체가 죄인 취급을 받는다.

기업의 부를 사회로 재분배하자는 압박은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으로 발전됐다. 기업들은 이들 입법안은 하나하나가 모두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아킬레스건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정 마련을 위해 기업에 대한 세금 추징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고용 등을 해결할 1차적 책임은 국가, 정부에 있다. 하지만 국가가 이러한 정책을 진행하기에는 경제적·인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에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다.

문제는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리를 1차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정부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는 것은 전쟁보다 더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키울 투자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회사가 즐비한 가운데에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기업의 말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명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해 주는 정부와 정치인, 국민의 수는 너무나 부족하고, 오히려 갈수록 기업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와 경제민주화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업인이 의욕을 갖고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