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 이후 일부 소비자단체나 언론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환매로 또 다른 손실을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가운데 10조원 이상 자금이 큰 문제 없이 빠져나간 것은 동양증권이 첫 사례"라며 "그만큼 증권사 고객자금 관리 시스템이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양증권 관계자 또한 "9월 말 동양그룹 사태가 터진 이후 40여 일이 지났지만 지금껏 고객 자금이 인출되는 과정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동양증권 금융투자상품에서 인출된 금액은 10조원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9월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동양증권 금융투자상품에서 이탈한 금액만 9조9800억원에 이른다. 투자자 예탁금은 물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에서 줄줄이 돈이 빠져나갔다.
동양증권이 이런 대량 인출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증권사 시스템 덕분이다.
증권사는 투자자 예탁금을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예탁금 예치비율을 100%로 정하고 있다. 한때 30~40%에 불과했던 예치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높아진 것이다.
위탁계좌나 환매조건부채권(RP), CMA(RP형 포함)에 담긴 고객자산도 마찬가지다. 한국예탁결제원 또는 수탁은행, 한국증권금융이 관리하도록 돼 있다.
예탁금 가운데 투자되지 않고 계좌에 남아 있는 돈 역시 유관기관 예치와 상관 없이 5000만원 한도 안에서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는다.
이런 제한이 없는 ELS나 DLS 또한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금감원이 동양그룹 사태 직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동양증권이 판매한 ELS와 DLS는 대부분 국공채나 예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돼 있었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증권사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은행보다 엄격한 자본 규제 탓에 자본활용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 NCR은 300%(요구치 150%)를 넘었을 뿐 아니라 현금자산도 충분했다"며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대량 인출이 발생해도 외부에서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금융권에서도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동양그룹 사태 이후 증권사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