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돌아보는 주관적 앞담화>는 아주경제 연예부 기자들이 모여 한 주의 '핫'이슈에 대해 취재한 내용과 더불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차마 넣을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과감하게 담겠다는 취지로 기획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최근 불거진 연예인 도박 사건의 뒷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11일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우리를 더욱 바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 중인 이수근, 탁재훈, 붐, 양세형 등이 차례로 '맞대기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14일 8명의 연예인들은 도박 참가액수에 따라 불구속·약식기소 처리됐는데…. 헉! 최고 참가액수가 17억9000만원?
안선영 기자(이하 영) : 일주일 동안 연예인 도박 사건으로 정말 바빴던 것 같아요. 우선 연예인 8명이 정식으로 재판에 넘어갔으니 앞으로가 더 바빠지겠죠?
이예지 기자(이하 예) : 그렇지. 1억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불구속 기소, 이하면 약식기소 됐더라고. 공기탁(17억9000만원), 토니안(4억원), 이수근(3억7000만원), 탁재훈(2억9000만원)이 불구속 기소됐고 앤디(4400만원), 붐(3300만원), 양세형(2600만원)은 약식기소됐어.
국지은 기자(이하 국) : 불구속기소와 약식기소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예 : 불구속기소는 구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제기, 즉 재판이 제기되었다는 뜻이고 약식기소는 검사가 서면으로 간단하게 마무리 짓는 기소 절차를 말해.
권혁기 기자(이하 혁) : 기소된 연예인이 연예병사 아니면 연예인 축구단이잖아. 축구를 좋아하는 친한 연예인들끼리 친목 도모 겸 도박을 한 것 같아. 고스톱 치는 것처럼 게임비 정도로 생각한 거지.
혁 : 너희들은 연예인 도박 사건에 대해 이해하는 편이야? 아니면 비난해야 맞다고 생각해?
영 : 저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친목 도모로 적은 금액의 베팅은 할 수 있겠지만 억 단위 도박은 친목 도모가 될 수 없다고 봐요.
예 : 연예인들이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그냥 노는 건데, 뭘?'이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100만~200만원도 아니고 액수가 너무 커요. 공기탁의 경우는 18억에 달하는 돈을 걸었는데.
국 : 맞아요. 계속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무뎌져서 그렇게 됐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그걸 몰랐다고 용서해주는 건 말이 안 돼요.
혁 : 처음 게임할 때는 적은 돈을 베팅했을 거야. 방송 한 회당 1000만원도 받을 수 있는 연예인들에게 100만원은 적은 돈일 수 있지.
영 : 100만원이 그들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목적이 어쨌든 간에 도박을 한 건 사실이니 벌을 달게 받아야죠. 현금을 다발로 쌓아둘 만큼 돈이 많았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돈을 쾌척하지는 못할망정 지금 돈을 불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도박, 노름을 한 거잖아요. 뒤로는 어쨌을는지 몰라도 알려진 바로는 딱히 기부를 했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고….
예 : 근데 이수근, 탁재훈이 몇 억원을 할 정도로 돈이 많아요? 도박을 하려면 다 현금으로 해야 하는거 잖아요. 몇 억이 있으면 부동산이나 재테크를 하지, 계좌에 넣진 않잖아요.
국 : (끄덕끄덕) 우리나라는 도박이 범죄라는 인식이 약한 것 같아요. 그래서 동정론도 나오는 거고요. '내 돈을 내가 탕진하겠다는데 그게 왜 범죄야?'라는 인식이 많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동정론의 기초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도박이나 마약은 쉽게 빠지고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구조여서 문제인 거고요.
혁 : 음모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연예인 도박으로 인터넷이 시끄러웠을 때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외압 논란'이 불거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했고 특수강간 혐의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무혐의 결론이 났잖아.
예 : 3S(스포츠, 스크린, 섹스)와 황색언론(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사들을 과도하게 취재, 보도하는 경향)을 경험한 날이 서태지·이지아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보도된 날이었어요. 그때 당시 서태지와 이지아가 정치적 이슈를 가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잖아요.
국 : 서울중앙지검장 사퇴와 김학의 무혐의는 정치적으로 충분히 시끄러울 만한 일이었는데 연예인 도박이 불거지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갔죠.
예 : 제가 정치사회부 기자라면 정말 화날 것 같아요. 열심히 취재해서 썼는데 탁재훈, 이수근, 붐이 순서대로 터지면 미치죠. 공식입장을 발표해야 할 사람은 김학의인데 이수근이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혁 : 그렇지만 사람들의 이슈가 연예계 쪽으로 쏠린다고 해도 정치 기사를 볼 사람은 다 보고, 안 볼 사람은 안 봐.
영 : 이제는 열애설이 서너개씩 터지는 날이면 사람들이 아예 '이거 음모론이다. 오늘은 정치 쪽에서 또 무슨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국 : 맞아요. '오늘 무슨 일이 있길래?'라는 생각에 정치 기사를 오히려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검찰에서 연예인과 관련된 발표를 할 때 정말 타이밍 같은 걸 볼까요?
혁 : 그렇지 않을까? 이수근의 경우 도박에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기 전 KBS2 '1박2일' 하차설이 나왔잖아. 당시에는 '1박2일'의 시즌3가 개편되면서 이수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면 이수근이 도박에 연루돼 아예 새 판을 짜게 된 거지.
영 : 토니안도 혜리와의 결별, 스쿨스토어 대표작 사임 후 도박 사건이 터졌잖아요. 이정도면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준 것 같아요.
예 : 제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기사를 써 본적은 없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 같아요. 누군가가 저에게 사주하는 그 날까지, 파이팅!
11일 검찰 브리핑을 통해 불법 도박을 한 연예인들의 혐의는 어느 정도 알려졌으며 14일 검찰이 정식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향후 법정에서의 공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연예계를 떠나겠지만 누군가는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복귀할 것이다. 부디 자신의 잘못을 달게 받고 다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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