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10년 전 일본에서 방송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기점이 됐지만 한류의 흐름은 K팝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어설픈 발음으로 ‘오빠’를 외치는 파란눈의 소녀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매년 K팝은 ‘거품’이라는 질타와 위기 속에 성장했다. 대형기획사들은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지속하려면 “노래에 국한하지 않는 융합콘텐츠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그룹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주력으로 세계와 호흡하고 있다. 해외 작곡가, 안무가와 협업해 글로벌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매진하면서 의상과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트렌드로 만드는 것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SM 관계자는 14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시아 및 월드 투어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SM패밀리 콘서트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결속력을 다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SM은 2014년에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며 세계인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그룹 JYJ, 거미 등이 속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 역시 글로벌 채널을 통해 팬들과 호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해외에 경계선을 긋지 않고 동시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씨제스는 남미 최초 투어를 강행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세계 팬을 확보했다. 씨제스는 “멤버마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면서도 “단순히 팔릴 수 있는 상품화에 초점을 두거나 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작품과 어우려졌을 때 고품격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훌륭한 작품이 곧 세계인과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JYJ 멤버 김준수는 뮤지컬, 박유천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김재중은 로커로의 변신을 꾀하며 아티스트로 성장했고 인기와 실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속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신선한 콘텐츠를 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0월 종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윈’을 통해 보이그룹의 탄생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 준 YG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누리는 등 돌 하나로 여러 마리의 새를 잡았다. 또 지난 7월 새로운 걸그룹의 등장을 예고하며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데뷔 형태로 한 명 또는 두 명씩 순차적 데뷔를 통해 멤버들의 실력을 대중에게 먼저 검증 받게 한 후 내년에 완전한 팀을 선보일 것”이라고 알렸다. YG는 베일에 가려 있던 ‘생산 라인’을 대중 앞에 공개함으로써, 있던 것을 새롭게 프로모션하는 영리함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룹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단발적 행동을 넘어 인기를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K팝스타들이 뮤직비디오나 드라마를 촬영했던 장소나 입었던 패션, 극중 소품 등을 관광 요소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타가 해외로 나가서 만나는 게 아니라 팬을 한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재 발굴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면서 K팝의 1차 붐을 가져다 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이상의 새로운 소통 통로를 만드는 것이 K팝의 인기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역시 융합콘텐츠가 당분간 K팝의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준영 평론가는 “노래만으로는 문화를 이끌어 가기 부족한 시대다. 다행히 K팝의 현역들은 퍼포먼스, 친화력, 비주얼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한류는 지속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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