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의 무편집보다 웃긴 '1박2일' 제작진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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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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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이수근 무편집[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이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불법을 저지르고 불구속 기소된 스타가 버젓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미처' 편집하지 못한 제작진의 항변이 더 기가 차다. 

이수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17일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에서였다. 불법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던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양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11월 8, 9일에 녹화된 내용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라는 짧은 자막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그리고 이수근의 모습을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그대로 방송했다. 출연 분량을 통편집했던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행보다. 변에 따르면 이날 방송 녹화는 도박 혐의가 불거지기 전에 촬영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참으로 영리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미처 분량을 들어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해명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그동안 '1박2일'의 '무궁한 발전'에 이바지한 주요 '공신' 이수근의 모습을 '함부로' 잘라낼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열흘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수근의 얼굴을 들어내지 않은 '1박2일'의 선택은 아집이다. 더욱이 혐의가 불거진 날 불방을 선택한 '마이턴'과 방송 이틀을 앞두고 통편집을 감행한 '우리동네 예체능'을 비교해본다면 '1박2일'의 변명은 해괴망측한 궤변이 된다.

'마이턴'과 '우리동네 예체능'이 '1박2일'처럼 자막 고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수근의 모습을 보고 불쾌할 시청자들의 심기를 십분 반영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미 녹화를 마쳤기 때문에 편집할 수 없었다는 '1박2일' 측의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통편집보다는 자막 한 줄이 시간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쉬운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하는게 오히려 설득력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시청자는 "국민에게 시청료 받아서 도박꾼들에게 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이수근 통편집하면 그냥 다큐멘터리 되니까 그냥 내보낸 듯"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제작진의 그릇된 판단이 시청자들의 화를 불러온 것이다. 

마지막 방송을 한 주 앞둔 '1박2일'. 제작진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이수근이 모습을 한 주 더 봐야 한다. 다음주 방송에서 한 줄 자막으로 고지될 제작진의 변명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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