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 패배하면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원인 중 하나가 팀 내에 젊은 피가 없다거나 세대 교체 실패다. 표현은 달라도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새 얼굴이 찾지 못했다는 평가일 것이다.
기업 환경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신생 기업이 꾸준하게 시장에 등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을 들여다보면 창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성공하는 창업보다 실패하는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새로 등록한 사업체의 절반 이상이 창업 후 2년이 지나기 전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62.5%, 2년 후 49.1% 로 나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율은 더욱 줄어들어 창업 3년 후 41.2%, 4년 후 35.9%, 5년 후 30.2%로 5년이 지나면 신생 기업 3곳 중 1곳 정도만 살아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창업 5년 이하 신생 고성장 기업인 이른바 ‘가젤기업’은 1200여 곳으로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0.7%에 불과했다. 가젤기업은 매출이나 고용자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가젤처럼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점프력도 뛰어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지난해 가젤기업 증가율도 전년 보다 10분의 1 적은 0.4%에 그쳤다.사실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창업은 힘든 일이라며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을 성장 가능성이 적은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찾는다. 한 창업 전문가는 “신생 기업은 초기 인력, 자금 등 필요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신생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곳에 투자가 몰리다보니 신생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생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3만여 규모인 국내 벤처 업계가 경영환경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도 투자 감소다. 올 상반기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지난 2003년 6300억원이었던 벤처캐피탈의 신규투자규모는 10년 동안 2배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벤처 기업 수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의 투자 유치 규모는 오히려 축소된 셈이다.
이 같은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으로 벤처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신생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법안들의 입법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믄 문제는 신생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갈 인력이 부족 하는 것이다. 김준수 트리노드 대표는 “회사를 꾸려나가면서 인력 채용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신생기업에게 인력 충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0일 3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3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층의 중소기업 외면 현상이 뚜렷하다. 대기업 경쟁률은 31.3대 1로 2008년(30.3대 1)보다 높아졌다. 반면 중소기업 경쟁률은 6.0대 1로 2008년(8.4대 1)보다 낮아졌다. 신생기업에서 성장을 이끌어야 할 젊은 층이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선호하면서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은 더 이상 외형을 늘려 나갈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문을 연 한 신생기업 대표는 “구직자들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며 “이런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신생기업은 명확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정부와 사회는 이를 뒷받침해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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