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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氣)를 살리자-6> 적산기업 불하, “공업화·정경유착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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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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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선경직물 공장 공무과 견습기사, 직포반2조장, 치안위원장, 생산부장, 대표이사 사장

고 최종건 선경그룹(SK그룹) 창업주가 해방 전후 9년 동안 자신의 사업기반이자 오늘날 선경그룹의 모태가 된 선경직물에서 거친 이력들이다. 공장의 말단 견습기사로 출발해 해방과 6.25 등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기업대표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학교 졸업 후 곧바로 입사했던 조선화약공판에서 다이너마이트 생산계장으로 해방을 맞은 뒤 일약 회사를 대표하는 화약공판 지배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화약공판을 불하받아 현재의 한화그룹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방 이후 혼돈기 동안 자본과 기술을 틀어쥐고 있던 일본인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일부 기업인에게 황금같은 사업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적산(敵産), 공식용어로 귀속재산 불하였다. 일본이 항복하면서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이 남한에 남기고 간 재산을 미군정이 모두 압수해 귀속시킨 재산이다.

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간판인 삼성과 현대, SK, 한화, 두산은 물론 쌍용과 동국제강, 벽산,동양, 대한전선과 하이트진로, 해체된 국제그룹 등은 적산기업 불하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적산기업 불하는 해방 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던 한국 산업이 공업화를 이뤄나가는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적산기업은 지금도 남아있는 정부와 기업간 잘못된 만남을 엮어낸 첫 단추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적산은 1945126일 미군정이 법령 33호로 한국내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국민들의 재산을 일본이 사실상 항복을 결정한 89일로 소급해 몰수하면서 비롯됐다.

미 군정청은 이 법령에서 ‘194589일 이후 일본정부 기관 국민 회사 단체 조합 정부의 기타단체 혹은 정부가 통제하는 단체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금 은 백금 통화 증권 예금채권 유가증권 등의 소유권을 925일부로 조선군정청이 취득하고 조선군정청은 재산 전부를 소유함이라고 명시했다.

귀속재산 규모의 정확한 통계를 잡긴 어렵지만 학계에서는 귀속공장은 1500~2500개 내외, 노동자 수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산업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473월부터 관리인 형태로 운영되던 적산기업에 대한 불하가 시작됐다. 불하는 관리인과 조선인 주주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군정기 관리인 임명장이었던 미군장교 서명의 공장가동 권리증만 받으면 공장 또는 회사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이권에는 부정이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좋은 적산기업을 불하받기 위해 영향력이 셌던 미군정 간부들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과 유착해 불하를 받고 정치자금을 헌납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재계에 지금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정경유착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 바로 이 때부터다.

적산불하 작업은 한국 정부가 수립되고 한 달 후 19499한미재정 및 재산에 관한 협정에 의해 한국 정부로 이관됐다. 이 때 부터 상공부 산하에 귀속재산의 불하를 맡을 임시관제총국이 설치돼 불하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 관리자들은 불하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횡재와 다름없는 귀속재산 불하는 분명 일종의 특권이었다. 특권 주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개입된 것은 물론이다.

기업인에게 호통치고 기업 경영에 개입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의 잘못된 기업관은 이러한 특권을 자신들이 넘겨줬으며, 그 덕에 기업이 성장했다는 의식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제 기업 스스로가 척결해야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대관팀을 별도에 마련하고 꾸준히 정치권과 정부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는 쉽게 끊을 수 없다고 보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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