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세종시 분양시장이 예전같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 수십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청약이 저조하면서 정부청사 이전 효과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 러시가 시작되면서 향후 아파트 분양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세종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결과를 보면 일반공급된 7881가구에 9002명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은 1.14대 1 정도였다. 그나마 지난 5월 공급된 1-4생활권 M4블록 '한양수자인 에듀센텀'과 1-4생활권 L1블록 '세종 이지더원' 정도가 각각 3.04대 1, 4.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1~3순위에서 미달된 단지도 속출했다. '중흥S클래스 에듀힐스'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세종 대광로제비앙' '중흥S클래스 에듀카운티' 등 중소건설사 물량 위주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미분양이 거의 없었던 세종시에도 미분양 물량이 등장했다. 지난 7월 766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생긴 이후 잠시 공급이 뜸해지면서 꾸준히 소진됐지만 지난달 1-1생활권 L5블록에 분양한 '세종 이지더원 2차'에서 수백가구 미분양이 발생해 다시 증가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세종시 분양시장에서 정부청사 이전 효과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입주자 및 청약자 상당수가 대전·충청권 출신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근 시장과 맞물려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세종시에는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세종시 입주예정 물량은 1만4681가구, 2015년 입주예정 물량은 1만6346가구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입주한 물량이 불과 9958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내년부터 대대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시 분양시장은 청약률이 많이 하락했고 공급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예비청약자들이 서두르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입주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과거처럼 무조건 흥행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입지·분양가에 따라 양극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들어 올해 마지막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연말까지 적용되는 양도세 감면 혜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종의 강남으로 불리는 3-3생활권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모아종합건설은 3-3생활권 M3블록에 '모아미래도 리버시티' 1211가구(전용면적 84~157㎡)를 공급하고, 중흥건설도 M1블록에 '중흥S-클래스 리버뷰' 946가구(전용 84~167㎡)를 공급한다.
지난 22일 일제히 개관한 3-3생활권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3일간 각각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모아종합건설 관계자는 "세종의 강남으로 불리는 3생활권에 처음 공급되는 단지인 만큼 앞으로 3생활권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3.3㎡당 800만원이 넘는 분양가와 중대형 위주의 평형 구성은 수요자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심상업지구과 가깝고 세종시 내에서 가장 입지가 좋다고 평가되는 2-2생활권에서 내년 초 대형 브랜드 아파트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분양시장에선 분양가가 청약 결과를 많이 좌우하는 편"이라며 "앞으로 세종시에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는데 분양가가 점점 높아지면 한동안 분양시장이 소강상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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