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샹그릴라 신드롬'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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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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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연매 김정문알로에 대표이사

시청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꽃보다 할배'가 시즌2를 맞았다. 이번에는 중년 여배우로 구성됐다. 

처음에 필자는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한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 의상은 물론 공항패션까지 선보이며 어린아이보다 더 순진한 얼굴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꽃할배들을 보니 이 시대의 중·장년층이 원하는 삶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여행이 비단 젊은 친구들만의 로망이 아닌 지금, 중년이라는 단어 앞에 '꽃'이 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소비패턴을 가장 빨리 파악하는 패션업계의 매출자료를 보면 40~50대의 매출신장률이 20~30대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매출을 보아도 중·장년층 비중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팔청춘을 마음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중·장년층 사이에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지칭하는 '샹그릴라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례 없는 꽃중년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은퇴 후 최소 30년 이상의 시간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생을 길게 바라볼 수 있게 되자 젊은 시절의 열정과 싱그러움을 유지하며 삶을 즐기고 싶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에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어도 외모를 가꿀 줄 알고, 내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줄 알며, '꽃보다 할배'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세계 여행을 꿈꾼다는 것은 사회에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만 열정을 더하는 것이 아님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는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이며, 수명연장과 고령화 앞에서 근본적으로 건강과 외모를 다루는 회사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패션·뷰티업계는 이미 꽃중년, 액티브시니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맞춤형 제품 개발은 물론 모델 또한 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선정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20~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비해 이들에게는 '가치소비'의 길을 넓혀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불어온 '샹그릴라 신드롬' 바람에 소비자를 놓칠세라 너나 할 것 없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을 적용시킨 것이다.

스치는 바람이 아닌, 오래도록 머물 바람을 타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층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또 '꽃보다 할배'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는 정도로만 알 것이 아니라, 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공감하며 신선한 즐거움으로 느끼는지 심도 있게 분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소비재 산업은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고, 때로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끌 수도 있는 곳이다. 때문에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아야 경영이 가능하다.

샹그릴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떠오르는 소비자로 주목받는 '꽃중년'들이 등장한 만큼 기업들도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처럼 타깃을 더 넓게 보고 정확하게 알아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샹그릴라 신드롬이 100세 시대가 만들어낸 시대적 산물이라면, 더 젊고 더 멋지게 살아가길 원하는 중·장년층에게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면과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것은 기업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생 아닌 공생관계 속에서 기업과 꽃중년 사이에 '소비'라는 개념을 넘어 '문화 창출'이라는 발전된 개념이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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