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 23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30분께 산시(山西)성 진청(晉城)시의 한 도로에서 왕(王) 모(32·여)씨가 몰던 BMW 승용차와 리(李) 모(40·여)씨의 생수 배달 전동자전거 사이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차에서 내린 왕씨는 시비를 가리지도 않고 욕설을 퍼부으며 자전거 운전자 리씨를 마구 때렸고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자 무자비하게 발로 밟고 걷어찼다.
폭행을 당하던 리씨의 비명에 몰려든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타이르자 왕씨는 "내 남편이 인민대표(한국의 의원에 해당)야(老公是人大代表). 가진 건 돈밖에 없는데 내가 뭐가 무서워"라고 떠들었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관련 글을 올렸다. 또 이 광경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한 누리꾼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BMW녀 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공분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BMW녀' 왕씨에 대한 신상 파헤치기까지 이뤄진 상태다. 누리꾼 제보에 따르면 왕씨는 현재 현지 정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남편은 현지 민영 제약회사 사장인 장(張)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남편은 진청시 정협위원이자 산하 구 지역 인민대표로 과거 ‘중국 특색주의사회주의 사업건설자’라는 칭호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CCTV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등 파장이 커지자 현지 공안 당국은 왕씨를 폭력 혐의로 붙잡아 10일간 행정구류 처분을 내렸으며 왕씨 가족이 피해자 리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사과도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안당국은 실제로 왕씨의 남편 장씨가 인민대표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축적한 부와 권력을 앞세운 특권층의 횡포가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2010년 허베이성에서는 한 지방 공안국장의 20대 아들이 음주 운전으로 여대생을 치여 숨지게 하고 현장에서 붙잡힌 후 적반하장 격으로 “내 아버지가 (공안국장) 리강이야”라고 외쳐 서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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