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룡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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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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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 제34회 청룡영화상이 지난주 금요일 밤 열렸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이 이준익 감독의 ‘소원’에게 돌아갔고, 감독상은 ‘설국열차’의 봉준호, 신인감독상은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의 차지가 됐다. ‘신세계’의 황정민이 남우주연상, ‘감시자들’의 한효주가 여우주연상, ‘관상’의 이정재와 ‘소원’의 라미란에게 조연상의 트로피가 건네졌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여진구와 배우 유지태의 연출작 ‘마이 라띠마’의 히로인 박지수를 선택했다.

2013년 화제작과 흥행작 주인공들이 두루 수상의 영광을 누린 때문인지 ‘골고루 나눠 먹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변이 없었던 탓일까, 수상 결과보다는 김혜수의 과감한 노출 의상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강렬한 레드카펫 등장에 이어 유준상과 함께 안정적으로 사회를 본 김혜수에게 주최 측은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 할 듯싶다. 그마저 아니었다면 행사가 끝난 뒤 핫이슈에 오르며 주목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당일 청룡영화상에 쏠리지 않았음은 시청률에서도 확인된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SBS를 통해 생중계된 시상식 전국시청률은 1부가 5.3%, 2부가 8.5%를 기록했다. 1년 전 1부 8.6%, 2부 8.7%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 1부가 방송될 때 KBS ‘뉴스 9’(News Nine)은 18.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요 부문의 시상이 이루어진 2부 역시 9.8%로 집계된 KBS2 ‘VJ특공대’에 밀렸다. 청룡영화상 시청률 ‘최고의 1분’이 수지를 포함한 미쓰에이 멤버들의 ‘허쉬’ 공연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아픈 대목이다.

이병헌, 정우성에 설경구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배우들이 출동한 청룡영화상에 관심이 쏠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꾸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알 만한 작품과 배우가 수상하고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수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상이 되어야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영화제에서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물론 세계의 영화들을 미리 소개하고 주목할 만한 감독과 배우를 지목하는 영화제와 이미 개봉이 된 영화 가운데 수상작(자)을 뽑는 영화상의 위상은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부분은 있다. 영화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만족도를 보이는 지점은 ‘관객과의 대화’를 비롯,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다. 

2013년 들어 10월까지 80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한 상황에서 모든 출품작들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상 관련 작품에 한하여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다. 마치 개막식처럼 시상식을 개최한 후 수일에 걸쳐 수상 영화들을 상영하고 연출 감독이나 출연 배우, 제작 스태프와 관객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행사를 이어가는 식이다.

지방분권화가 대세인 시대지만 서울에서의 개최도 고려해 봄직하다. 부산, 전주, 제천, 부천 등지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고 서울에서는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의 주제별 영화제가 개최된다. 지난 2007년 한국영화의 산실 충무로를 중심으로 충무로영화제가 시작됐지만 4회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개봉되면 전국 관객의 3분의 1이 서울에서 영화를 본다. 내수용 혹은 팬서비스 차원의 대규모 영화상이 열릴 만한 입지다.

서른네 살 청룡이 아니어도 좋다. 수상작 선정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쉰 살 대종상이 대중의 사랑 속에 거듭나는 해법도 관객 스스로 찾아가는 축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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