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눈부신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막대한 화석자원의 과도한 소비에 따른 심각한 환경오염과 지역사회와의 끊임없는 갈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특히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연이은 고공행진과 90년대 이후 국제 환경규제강화로 기업과 근로자들이 설 곳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꿈과 삶의 터전’이라는 산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거점으로서의 산단에서 벗어나 ‘친환경 녹색산업단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단도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키기 위한 다각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산업단지의 새로운 희망‘생태산업단지’
생태산업단지(EIP, Eco-Industrial Park) 사업은 자연생태계를 모방해 기업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자원화하고, 오염물 무배출을 지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부산물·폐에너지를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다시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녹색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미 일본의 경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일본 전역에 60여개 프로젝트, 에코타운, 생태산업단지, 산업클러스터 등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칼룬보그도 지난 1961~1989년까지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 주요업체, 인근농장, 지역난방 등이 연결함으로서 생태산업단지의 초석을 다졌다.
이처럼 EIP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인 EIP 구축 사업 활동에 나섰다.
우선 산업부는 EIP사업을 EIP모델 제시·EIP공감대 형성·EIP기반을 조성하는 1단계(기반구축기)와 광역 생태산단 확대·기업참여 활성화·지역과 협력을 증진하는 2단계(본격추진기), 한국형 모델 완성·국가생태계 구축·신규 생태산단을 조성하는 3단계(고도성숙기)로 나눠 단계별 추진 계획을 세웠다.
1단계 기반구축기에서는 2005년 11월에 포항, 여수, 울산 등 3개 지역에 시범단지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2월 반월·시화, 청주 등 2개 지역을 추가 시범단지로 지정했다.
이후 2009년 10월 대구, 부산, 전북 등 3개지역을 추가함으로써 EIP 2단계 본격추진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단계 본격추진기 들어서는 올해 3월 충남지역 생태산업단지를 추가지정함으로써 현재 9개 지역 46개 산업단지 체제를 갖추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산단공을 필두로 광역권별 5개 EIP총괄사업단을 설치해 전국적인 조직망으로 구성하고, 현장 인근에 지역사업단을 설치,운영 중”이라며 “주요사업내용으로는 자원순환 네트워크 기반구축사업과 에너지ㆍ자원순환 기술개발 보급사업, 녹색사업 성과확산ㆍ보급사업, 국내ㆍ외 교류협력 등이 있다”고 말했다.
◆ 105건의 EIP 사업화…“경제적 효과 9171억”
EIP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 12월까지 597억원의 정부지원금으로 443건의 과제를 발굴하고 291건의 과제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1269개의 기업이 참여했으며 192건의 과제완료 및 105건의 사업화를 완료했다. 국가 R&D 과제 5년간 평균 사업화율 20.7%(NTIS, ‘07~’11년)에 비해 2.6배 높은 사업화율(54.7%)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폐기물, 폐수 등 처리비용·원료비 절감으로 917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이산화탄소(CO2) 322만톤을 저감시켰으며 재활용 설비를 통한 신규투자를 통해 437명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지난 2005년 38개에 불과하던 EIP대상단지가 올해 46개로 확대하는 등 참여기업이 늘어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폐기물 처리비와 재생원료 사용으로 원료비용을 3798억원 절감하는 등 5373억원의 신규 매출을 늘렸다.
산단공 관계자는 "폐기물, 악취, 소음 등 과거 산단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들이 EIP사업을 통해 정화되고 있다"며 "우수사례로는 부산물 배터리재활용 공정 속 폐산, 황산으로의 재탄생(수도권EIP), 에너지 소각 및 폐열 회수 시스템 개선(부산EIP), 폐타이어 활용한 고무플라스틱 원려개발(경북EIP)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생태산업개발(EID) 추진…“산단 내 산업공생 확장”
산단공은 향후 EIP사업을 산단 내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에서 벗어나 산업공생을 확장하는 ‘생태산업개발(EID)’로 전환 추진할 방침이다. EID(Eco-Industrial Development)는 산단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산업공생 확장 및 지역사회 편익증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EID 사업 전환을 위해 우선 산단과 지역사회와의 부산물 및 에너지 교환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주요업종과 발생 폐기물 분석에 있어 지속적인 기업의 애로 해결 및 참여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또 EIP 참여기업 사업화 지원과 관련해서는 타 기관 협업을 통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직접적 혜택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산단공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간 생태산업단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아울러 국내·외 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세계은행(WB),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독일국제협력기구(GIZ), 베트남, 미얀마 등 개도국에 대한 EIP 컨설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남훈 산단공 이사장은 "EIP사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지자체와도 협의를 통해 지역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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