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EU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법 허점을 보완해 세금회피를 막음으로써 세수를 확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하고 세금회피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저널은 이날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과 구글의 세금회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EU가 ‘기업들이 이익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적게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법인세법의 허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저널은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이 대책은 극도로 악화된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를 늘리고 기업들이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EU 조세 담당 집행위원은 “오늘 발표한 제안이 국가 재정 확충과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것”이라며 “EU 안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국고에는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을 용납할 여유가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책의 주요 내용은 계열사 간 이중과세 금지를 악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조세 담당 집행위원은 “몇몇 EU 국가들이 자회사 배당금을 부채 상환으로 간주해 과세하지 않는 것을 빌미로 기업들이 이 나라들에 자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처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탈세 액수가 수십억 유로로 추정된다. 법제가 탈세에 악용된다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계열사 간 이중과세를 금지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 지침(PSD)'를 개정해 모회사에도 과세할 수 있게 해 세금회피를 막을 계획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하이브리드증권’을 이용해 과세를 피하는 것도 강력히 단속한다. 하이브리드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증권은 다른 EU 회원국에 설립된 모회사에 지급하는 주식 배당에는 과세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회사는 모회사에 주식을 배당해 세금을 감면받고 모회사는 채권으로 면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EU 회원국에는 탈세를 위한 자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PSD ‘반남용’ 조항 개정도 추진된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수익 이전으로 회계를 조작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겠다는 것.
이 계획이 시행되려면 EU 28개 회원국들이 모두 찬성해야 한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집행위원은 “이 제안이 내년 말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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