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5일 시국미사에서 나온 종북성 발언을 겨냥해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언행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무관용 대처’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26일 박 신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놓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민주당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 등 정치 현안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할 일’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던 청와대가 이처럼 대대적인 공세로 전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박 신부의 발언을 계기로 연말 예산국회 등이 걸린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일부 천주교 사제단이 18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데 대해 이는 정권 정통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대선불복 기류로 확산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불교와 개신교 성직자들도 시국선언과 정권 퇴진을 내건 금식기도 모임을 열 것으로 전해지는 등 심상치 않은 종교계의 움직임에 서둘러 제동을 거는 시너지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강대강 대치로 인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고, 연말 예산안· 통과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불복과 종북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민생 행보와 경제 정책 홍보를 통해 “국정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쟁으로 얼룩진 여야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나섰다.
일례로 청와대는 25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수석과 대통령간 보고 및 논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석비서관 회의는 대통령의 발언만 주로 공개돼 왔던 터였다.
박 대통령이 다음날인 26일 정부의 주력정책인 시간선택제일자리 홍보에 나서는 등 이번주에는 지역행사와 경제 관련 대외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것도 이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종북과 대선불복종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함께 황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와 청와대의 검찰총장 등 임명강행, 예산안 심의 압박 등 연말 정국 속에서 당분간 대야 압박의 강도를 점점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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