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는 27일 운영자금 2175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신규로 발행되는 주식은 600만주, 주당 예정발행가는 3만6250원이다. 실권주는 일반공모로 전환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결정이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파생상품 손실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 올 6월에 이어 최근 1년 사이에 세 번째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캐피탈·케이프포춘·NH농협증권·교보증권 등 금융업체와 현대상품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연 6~7%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이 상품은 만약 현대상선의 주가가 하락해 자본손실이 발생할 경우 계약 만기일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를 보존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현대상선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1만4000원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이날 1만1250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상반기에만 파생상품 평가손실액이 2100억원을 기록했다. 상품 계약 만료일은 내년 1월 7일이다.
한편, 공시 직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0.89%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쉰들러 홀딩 AG는 언론사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유상증자 반대를 주장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파생상품에 가입했다”며, “이는 현대상선 주가가 상승해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익을 보지 못하고 손실만 보전하는,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에만 유리하게 맺어진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현대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현대종합연수원증자에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했고, 현대상선에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산업은행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1100억원에 이르는 담보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등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은 독립적인 별개의 주식회사로 유일한 ‘연결고리’는 대주주인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지배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대주주의 이해관계 탓에 대주주를 제외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 임직원 등은 부당한 손실을 떠안아 왔고, 그 과정에서 지배구조는 계속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쉰들러는 의식이 있는 주주로서 그 동안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 노력해 왔지만 2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었고, 그 동안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아무런 사전의 협의나 언질을 받지 못했다. 지분율 0.1%의 주주에게도 허용되는 장부 열람권조차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쉰들러는 “2013년 6월의 유상증자는 주주로서 가장 기본적 권리이자 의무인 증자 참여권마저 박탈당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에 수 차례 질의와 소명을 요청했으나 한 차례도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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