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콜시장 참여 제한정책을 내놔 다른 증권사가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한 고민에 빠진 것과 달리 유화증권이 느긋해보이는 이유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6개 증권사 가운데 신용평가사로부터 3년래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증권사는 유화증권이 유일하다.
유화증권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이 양호해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화증권은 올해 상반기(4~9월)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은 105억4300만원, 63억5000만원을 거뒀다. 62개 증권사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가 26곳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특히 현금 및 예치금은 787억2400만원으로 전년 276억15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유화증권이 마지막으로 신용등급을 평가받은 시점은 지난 2010년 12월이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유화증권의 기업신용등급을 'A+'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유화증권은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이 낮지만 수익에서 이자와 임대수익 비중이 높아 (다른 증권사 대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고 밝혔다.
유화증권과 동양증권을 제외한 24개 증권사 기업, 회사채,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평균 A등급 이상이었다. 증권사들이 채무상환능력이 높고, 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권사가 처한 상황이 변했다. 금융위는 오는 2015년부터 증권사를 비롯해 제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단, 예외적으로 국고채 전문딜러나 한국은행의 공개시장 조작대상 자격을 갖춘 16개 증권사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증권사는 수익성 악화에 자금 조달 어려움까지 이중고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증권사 콜시장 참여 제한 정책에 맞춰 17개 증권사가 내년까지 콜자금 차입 규모를 최소 1조5000억원 가량 줄여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가 증권사의 콜차입을 규제한 목적은 증권사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콜시장 이외에 단기자금 조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화증권은 전통적인 증권사 수입원인 위탁매매보다 부동산 임대 사업 등에 힘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 본업에 열중했던 증권사들이 되레 금융당국으로부터 구조조정 위협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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