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에서의 주도권확보 차원을 넘어 중국 해군의 제1열도선 돌파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인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신호에서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장기적으로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을 넘어서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텅쉰(騰訊)망이 1일 전했다. 이는 일본과 영유권분쟁중인 댜오위다오와 그 인근의 해상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을 뛰어넘는 차원이다. 중국 해군이 제1열도선을 넘기 위해서는 일본의 방해없이 미야코해협을 순조롭게 항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의 방공권 장악이 선결조건이고, 이를 위한 첫번째 조치가 방공식별구역 선포라는 것.
제1열도선(중국명 도련선)과 제2열도선은 덩샤오핑의 명을 받아 1980년대 초반 류화청(劉華淸) 당시 해군사령관이 세운 전략개념이다. 제1열도선은 일본 남쪽 류큐(琉球)군도와 타이완(臺灣)~필리핀~말레이시아~말라카해협을 연결하는 선이다. 우리나라의 이어도도 제1열도선에 포함돼 있다. 2010년까지 이 해역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목표며, 지금까지 중국 해군은 이 제1열도선 안쪽의 해역에서 방어훈련만 하는 작전개념을 갖고 있었다.
제2열도선은 제1열도선보다 훨씬 동쪽의 태평양 해역에 설정돼 있다. 류화청은 2030년까지 항공모함 부대를 완성, 오가사와라제도에서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에 이르는 ‘제2열도선’의 해역에 제해권을 확립한 뒤, 최종적으로 2040년까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국의 지배권을 꺾어야 한다는 비전을 확립했었다.
또한 아주주간은 중국이 오래전부터 방공식별구역 설정 계획을 가다듬어왔으며 최종 결정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내려졌다고 전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미 몇 년 전 중앙군사위원회에 되도록 빨리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것.
매체는 시 주석은 중·일 간의 갈등이 그동안의 자원확보 경쟁에서 한단계 진화한 전략 경쟁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도 언급한 사실도 전했다. 하지만 당시 이들 소식은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고, 지난달 3중 전회 이후에야 발표됐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동중국해에 이어 우리나라의 서해(황해)와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군 전투기 등의 지역 내 활동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더해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 전문가팀의 발언을 인용해 "방공식별구역 문제의 중요성을 중국과 일본의 게임 정도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이 문제는 중국 새 지도부가 역내 안보 도전에 대해 틀을 짜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SIS는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최근 끝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역내 갈등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신호라고도 평가했다. 위안징둥(袁勁東) 시드니대 교수는 중국이 이제 자국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중국 새 지도부는 지금이 20년 이상 계속된 저자세 도광양회 외교정책을 끝낼 때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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