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높은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규모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 미세공정 기술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10나노급 제품이 예상보다 일찍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본격 가동되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V낸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시안 공장에서는 10나노급 낸드플래시가 양산될 예정이었다. 중국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최신 기술이 적용된 1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 계획을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의 V낸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6일에는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내년 초 중국 시안 공장에서 V낸드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안 공장에서 10나노급 낸드플래시와 V낸드가 동시에 생산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10나노급을 건너뛰고 V낸드로 바로 넘어가는 방안을 신중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안 공장에서 10나노급을 생산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V낸드가 기존 10나노급 낸드플래시보다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낸드는 단층 구조의 기존 낸드플래시가 직면한 미세공정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데다 제조 공정이 단축돼 가격경쟁력도 높다. 이미 V낸드 양산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굳이 과도기적 제품인 10나노급을 같이 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부터 시안 공장에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V낸드 생산설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이어 시안 공장에서도 V낸드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V낸드 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7.8%로 도시바(28.9%)와 SK하이닉스(14.1%) 등을 따돌리고 1위를 질주 중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V낸드 공급량이 급증할 경우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의 V낸드 양산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6나노 공정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지만 V낸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내 V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2015년 초 양산을 시작키로 했지만 전략이 수정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V낸드가 기존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이라는데 공감한다"며 "V낸드가 10나노급 낸드플래시를 예상보다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도 V낸드 양산 시기를 201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샌디스크와 공동 투자해 증설 중인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V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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