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시 제정, "제2의 남양유업 사태 막는다"

특정 재판매거래 고시, 구입강제·이익제공 강요·불이익 제공 등 명문화

속칭 밀어내기·판촉사원 임금전가 등 엄중 처벌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밀어내기' 횡포 등 제2의 남양유업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받던 과징금 감경 사유도 깐깐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거래관행 근절을 위해 '특정 재판매거래 고시' 등을 제정, 내년 1분기 중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유업계를 향한 대대적인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지난 7월 과징금 및 검찰 고발 등 엄중 제재를 조치했었다. 이후 지난 9월에는 배상면주가가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로 처벌을 받았다.

공정위는 일회성 행정적 제재에 그치지 않고 속칭 밀어내기, 판촉사원 임금전가 등 대리점 거래분야에 대한 엄중한 법 집행과 공정거래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도적 규율을 다듬질해 왔다.

특정 재판매거래 고시 재정을 보면 본사·대리점 간 거래에서 발생 가능한 △구입 강제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 제공 △주문내역 변조 등 주요 불공정행위 양태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본사가 일방적으로 공급·정산하면 구입 강제행위로 간주된다. 비인기상품 등을 할당해 판매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판매업자(대리점)에게 판촉행사 비용·인건비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는 이익제공 강요행위로 처벌받는다. 거래와 무관한 기부금 등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또 계약기간 중에는 부당한 거래조건을 추가하거나 계약 해지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계약조건을 설정하면 불이익 제공으로 처벌된다. 상품 공급 또는 영업지원 등을 부당하게 중단하거나 거절해서도 안 된다.

아울러 판매업자(대리점)가 주문한 제품명·수량 등 내역을 변조하거나 주문내역 확인 요청을 거부·회피하는 행위 등은 주문내역 변조로 간주된다.

특히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과징금 감경 항목·비율 축소도 이뤄진다. 대폭 정비되는 과징금 가중·감경 사유와 감경 비율을 보면 가중 대상은 현행 3년간 3회 이상, 벌점 5점 이상에서 2회 이상, 3점 이상으로 확대된다. 자료제출 명령위반 시 가중(5~20%) 규정도 신설한다. 

총 9개 감경사유 중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우수등급에 대한 감경(10~20%), 법 위반 계약이나 관행의 불이행(10% 이내), 기타 다른 감경사유에 준하는 사유(10% 이내) 등은 폐지한다. 이 밖에도 감경비율과 부담능력 관련 감경을 대폭 축소하는 등 인정 요건은 엄격히 제한키로 했다.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과장은 "관련 사건 처리 및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문가 회의 및 연구용역 등을 거쳐 고시(안)를 마련했다"며 "이달 중 행정예고하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한 후 내년 1분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심사관이 무혐의나 경고조치 등을 내린 사건에 대해 적정성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시민심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