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 흔드는 외국계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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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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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그룹·동화투자개발이 공동 개발 예정인 제주 랜드마크 호텔 조감도. [사진제공=동화투자개발]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국내 건설업계가 외국계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한 해 외국계 자본의 동향을 보면 국내 건설업계에 투자한 지분을 축소하거나 투자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중동 자본이 법정관리 중인 벽산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인수·합병(M&A)을 기다리는 다른 건설사들도 반사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한 투자도 눈에 띈다.

◆외국계 지분율에 '웃고 울고'

벽산건설은 지난달 22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카타르 알다파그룹의 아키드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중동 진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벽산건설 인수는 오일머니를 보유한 중동 자본의 유입이라는 점이 큰 관심을 끈다"면서 "그동안 외국자본의 국내 건설사 인수가 여러 번 실패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전했다.

앞서 외국인 투자로 설립된 법인인 노웨이트는 승지건설과 컨소시엄을 맺어 동양건설산업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본계약을 체결한 뒤 컨소시엄이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보유 지분을 줄인 사례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외국계 큰손인 템플턴자산운용이 올 초부터 지분을 점차 축소하면서 정몽규 회장 일가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 1월 20.05%의 지분을 확보한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두 차례씩 지분을 매각했다. 현재 18.35%의 지분을 보유, 정 회장의 지분율(18.83%)보다 낮아졌다.

템픝턴의 이 같은 행보는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분기부터 자체 사업의 원가율이 크게 훼손됐고,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경기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3분기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영업이익률도 3분기 누적 기준 1.2%로 줄었다.

◆안정적 임대수익에 치중

개발·임대 등 수익형 사업도 외국계 자본 유입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은 지난 2월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팬지아가 총 2040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고 떠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사업 정상화를 시도 중이지만 외국인 최소 투자금 확보, 새로운 외국인 투자자 모집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라국제업무타운 조성은 지난 2008년 인천 청라지구 127만3773㎡ 부지에 총 6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1년 만에 사업이 중단된 상태로 지지부지한 흐름을 이어왔다.

이처럼 주택 및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외국자본들은 입지가 좋은 오피스빌딩, 숙박시설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지난 2월 부동산펀드를 설정해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종합쇼핑몰 '포도몰'을 2000억원에 인수했다.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도 3900억원대에 매입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도 동화투자개발과 손잡고 제주도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최고층 랜드마크 호텔(910실)과 휴양 콘도미니엄(1140실)을 세울 계획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은 물론이고 펀드 등 국내외 기관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결국 임대수익으로 안정성이 보장되는 오피스빌딩 쪽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다만 불안 요소가 많아 중장기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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