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수개월 공석이었던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빈 자리가 채워지고 인선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역난방공사의 인선 지연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분분하다. 새 정부 들어 시작된 ‘MB맨’ 출신의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소용돌이에 정승일 전 지역난방공사 사장도 포함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지방 혁신도시 이전에서 제외돼 경기도 성남에 본사가 그대로 남게된 점도 인선 지연에 한 몫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수도권에 남아있는 지리적 이점을 안고 있어 정치 활동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이하 경평)에서도 지역난방공사는 A등급을 획득하면서 재무구조의 탄탄함을 드러냈다. 이번 경평에서 타 에너지공기업이 낙제점을 받음에 불구하고,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승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처럼 매력적인 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두고 정치권 인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현재 신임 사장 후보에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과 강주덕 전 가스공사 본부장으로 후보가 압축돼 있는 상태다.
공사는 내달 11일 주주총회를 열어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사장으로 선임할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 화성 출신인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역난방공사의 소관 위원회인 국회 지식경제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이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에게 밀린 뒤 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낙하산 인선’이라는 논란이 가중되면서 새 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한 낙하산 인사 근절이 말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180명의 공공기관장 중 낙하산 인사 비율은 32%(58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 78명의 출신과 경력을 분석한 결과 43%인 34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돼는 등 전 정부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낙하산 인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신뢰가 깨지게 될 것을 경고했다.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에너지공기업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적합한 전문가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인선 과정이 최장기화된 케이스”라며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낙하산 인선이라는 결과로 전락하게 되면 논란이 크게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조속한 인선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시간을 끈 만큼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이끌 전문가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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