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삼성그룹 정기인사의 사장 승진 대상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 조남성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이건희 회장의 자녀 중 이서현 부사장이 마지막으로 사장을 달게 됐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은 삼성에버랜드는 당초 예상대로 두 명의 대표이사가 이끄는 체제로 전환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승진 잔치를 벌였다. 실적 개선에 기여한 부사장들이 일거에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삼성전자 출신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는 추세도 이어졌다.
금융 계열사는 대부분 CEO가 교체됐다. 금융 부문의 수장 격이었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을 이끌게 됐다.
◆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승진
이 회장의 3남매 중 막내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의 승진은 예견됐던 일이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이 에버랜드로 이전되면서 패션 전문가인 이 사장도 함께 에버랜드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부사장에 오른 지 3년이 지난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올해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삼성 측도 "이 사장은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기존 김봉영 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이 같이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로 전환됐다. 김 사장은 리조트와 건설부문을 이끌게 되며 윤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과 함께 에버랜드로 이동해 관련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 최대 실적 삼성전자 승진 잔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는 부사장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하며 조만간 실시될 임원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네트워크사업부의 김영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LTE 등 네트워크사업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으로 이 회장도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삼성은 최근 홍콩 청쿵그룹 산하의 허치슨 왐포아와의 합작을 통해 유럽 지역에 진출하고 러시아에도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 사장의 승진도 이같은 실적을 인정받은 결과다.
무선사업부의 김종호 부사장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1위 석권을 앞세워 세트제조담당 및 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던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박동건 부사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으로 부임한 뒤 차별화된 제품개발과 제조혁신을 통해 사업역량 강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옮기게 됐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을 지낸 대표 엔지니어로 재도약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 전자 출신 계열사 이동 활발
내부 승진과 함께 삼성전자 출신들의 다른 계열사 이동도 활발했다. 삼성전자의 1등 DNA를 실적 개선이 시급한 계열사에 이식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1등 신화를 일군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사업 재편과 맞물려 삼성SDS 사장으로 이동했다. 삼성SDS는 삼성SNS와 합병하면서 조직 규모가 확대됐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도 높아져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부상했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혁신 노하우를 삼성SDS에 접목하고 글로벌 토털 IT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게 된다.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LCD사업부장과 LED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갖춘 전자소재 관련 노하우를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을 표방하는 제일모직에 이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재무와 인사 전문가들도 계열사 수장으로 임명돼 세계 최고의 조직관리 역량을 전수한다.
삼성 인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발휘해 삼성카드의 인사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선종 부사장도 회계·자금·세무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로 이번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글로벌 우량 벤처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삼성전자와 연계한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 금융 계열사 '물갈이'…실적부진 삼성생명 직격탄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의 금융 계열사 3곳의 수장이 교체됐다. 삼성 금융부문의 얼굴과도 같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삼성생명은 국내 1위 생명보험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 계열사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박 부회장 후임으로는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낙점됐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를 맡아 무난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임 삼성화재 사장으로는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이 임명됐다. 안 사장은 2010년부터 삼성 금융사장단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금융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을 맡아왔다. 투자와 자산운용 등 보험사업 전반에 걸친 경험이 풍부해 삼성화재를 초우량 손해보험사로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겸 건설부문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GE에너지 아태지역 사장과 삼성전자, 삼성SDI를 거치며 쌓은 B2B 분야 역량을 통해 삼성물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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