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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 사장단 인사> 이재용 약진 속 3남매 역할 유지…"후계구도 변동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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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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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 후퇴설 불식, 오너 일가 전문성 강화에 초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파격은 없었다.  

삼성그룹의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 결과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주력인 전자·소재·IT 사업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뒤를 받치는 후계 구도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잃었다. 당분간 이 회장이 그룹 전체의 발전 방향을 조율하는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은 2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며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는 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다.

지난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으며 그룹 내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서현 사장은 패션사업과 함께 에버랜드로 넘어왔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략을 담당하고 이서현 사장이 패션사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에버랜드는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이재용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변동 없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에 무게가 쏠린 현 체제는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는 물론 소재와 IT 분야에서도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양도하고 글로벌 종합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소재사업의 특성상 삼성전자와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조남성 부사장이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일모직 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맡고 있는 한 제일모직에 대한 입김도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IT 계열사인 삼성SDS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장악력도 커졌다. 삼성SDS는 지난 9월 또 다른 IT 계열사인 삼성SNS를 흡수 통합했다. 삼성SNS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합병 조치로 삼성SDS 지분율이 기존 8.8%에서 11.3%로 높아졌다. 반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율은 소폭 하락했다.

결국 그룹의 주력인 전자와 소재, IT 사업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된 모양새가 됐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상사부문, 에버랜드(패션사업 제외) 등 기존에 맡고 있던 영역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관건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장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의 얼굴과도 같았던 정연주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퇴진했다. 대신 삼성카드를 맡고 있던 최치훈 사장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총괄하면서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번 인사 조치로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의 분리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쳐지고 상사부문은 독립돼 이부진 사장이 가져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 패션사업과 제일기획 등 그룹 내 패션 및 콘텐츠 사업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에 다소 힘이 실리기는 했지만 3남매의 역할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거취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설 등이 불거지면서 이른 시일 내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적어도 1~2년간은 현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했던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은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이번 사장단 인사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며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거나 후계구도가 급변하는 상황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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