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으로 본다면 진학지도는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과 책임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는 3학년 담임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주요 역할은 1ㆍ2학년 진로교육에 한정돼 있는 것이 대체적인 진로진학 교육의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진로진학상담교사와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 사이에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갈등까지 있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문성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진학지도를 오래 해온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은 진학지도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부전공 자격연수를 받은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은 나름대로 진로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자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은 진로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은 진학지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자격연수도 대부분 진로교육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진학지도에 대한 것은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부족과 과다한 업무량 때문이다. 2013년 현재 5495개 중등학교들에는 4492명이 배치돼 배치율은 81.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717명을 추가 배치해 94.5%의 학교에 1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진로교육은 크게 확대되고 있고 진로집중학기제도 시행되고 자유학기제는 시범운영되고 있는데도 한 학교에 1명씩의 교사만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맞춤형 진로상담도 제대로 못하는데 진학지도까지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셋째,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의 진로 기반 진학지도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선 학생 맞춤형 온라인 진로진학지원시스템이 필요하나 지금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진로교육만 가능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진학 정보 제공과 일부 진학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나 어느 기관도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지도 매뉴얼조차 마련돼 있지 못하다.
넷째, 국어ㆍ수학ㆍ영어 중심의 대입제도가 진로 기반 진학지도의 필요성과 가치를 약화시키고 있다. 현재 국ㆍ영ㆍ수 중심 대입제도에서는 진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ㆍ영ㆍ수 점수에 맞는 점수 맞춤형 진학지도 ‘스킬’이 중요할 뿐이다. 국ㆍ영ㆍ수 중심 대입제도가 충실한 진로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마저 획일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대학도, 심지어 정부마저도 이에 대한 대책은 손을 놓고 있다. 그 결과 진로와 진학은 현재 ‘따로따로’ 이뤄지고 있다.
진로 기반 진학지도는 단순한 진로교육의 개선 방향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과 삶의 문제이고 행복과 자아실현의 문제이다. 가장 효과적인 인성교육의 방법이기도 하다. 대입제도 개선 방안이며 사교육비 절감 방안, 공교육 정상화 방안, 국가의 핵심적인 인적자원 개발 방안이기도 하다. ‘진로 기반 진학지도’가 우리 교육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핵심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학생을 위한 성공적인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위해서는 첫째, 제대로 된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양성돼야 한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진학지도 역량을 갖춰야 하고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은 진로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
둘째,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대폭 확대 배치하고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 진학담당 교사들을 위한 진로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공약대로 ‘대폭 확대’ 배치를 실현하려면 학교당 2-3명씩은 추가 배치돼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5ㆍ6학년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초등학교에도 최소 1인씩 배치돼야 한다.
셋째,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공약대로 EBS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지원체제를 구축해 학교와 교사가 이를 활용해 학습진단과 학습지도, 진로상담, 진학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당장 진로 기반 진학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지도 매뉴얼을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
넷째, 현재 국ㆍ영ㆍ수 중심 대입제도를 진로맞춤형 대입제도로 점차 바꿔 나가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에 예정된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이 진로맞춤형 대입제도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고교 교육과정이 정상화되고 자유학기제 프로그램도 실효성을 갖을 수 있다. 나아가 학생들이 비로소 꿈과 끼를 살려나가고 자신이 좋아하는 ‘꿈 맞춤형 공부’를 통해 미래를 개척해 갈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