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흉터도 시각장애도…상처가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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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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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상흉터로 미술작품 만든 서울여대생, 색약장애 극복 ‘점자반지’ 개발 건국대생 눈길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와 장애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대학생들이 주목 받고 있다.

서울여대 김예지(24·현대미술과 4학년)씨와 건국대 정용(25·산업디자인과 4학년)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화상 사고와 적록색약의 아픔을 오히려 발상의 전환 계기로 만들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화상 흉터로 미술작품을 만든 서울여대 김예지씨


◇화상 흉터로 미술작품 만들어

김씨는 3년 전 뜻하지 않은 화상 사고를 당했다. 2010년 8월 말 경기도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펄펄 끓던 닭볶음탕 냄비가 다리 위로 떨어졌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받침대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은 탓이었다.

이 사고로 양쪽 허벅지에 길이 20㎝가 넘는 2도 화상을 입어 표피 전부와 진피 대부분이 심하게 손상됐다. 사고 이후 5주간 입원 치료와 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퇴원 후에도 장기간 통원치료가 필요해 김씨는 결국 학교를 1년간 휴학했다.

그녀는 퇴원 후 사과를 받기 위해 해당 음식점을 찾아갔지만 되려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큰소리치는 주인의 태도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우울증까지 시달리게 된 김씨. 하지만 이번 졸업작품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반전을 이끌어냈다. 화상 흉터를 작품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발상을 떠올린 것. 어느 날 문득 ‘상처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흉터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조각조각 오려낸 뒤 포토샵 작업으로 패턴을 만들어 내 작품명 ‘아름다운 상처’가 나오게 됐다. 이 패턴으로 만든 가방과 모자, 휴대전화 케이스 등이 현재 서울여대 조형예술관 바롬갤러리에 전시됐다. 독창적인 작품을 본 관객들은 호평일색. 우울증도 사라지게 됐다.

김씨는 “작업을 하면서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면서 “덕분에 지우고 싶었던 상처가 이제는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나만의 디자인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점자 반지'를 개발한 건국대 정용(왼쪽)·최소윤씨


◇색약장애가 시각장애인용 ‘점자반지’ 개발로

적록색약인 정씨는 과 후배 최소윤(23·여·산업디자인과 4학년)씨와 반지 형태의 점자 스캐너 ‘아이링’(Eye ring)을 개발해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디자인시상식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콘셉트 디자인 부문 대상(Best of the best)의 영예를 안았다. 

두 사람이 디자인한 아이링은 평소에는 반지로 끼고 다니다 책을 읽을 때 반지를 돌려 손가락 첫 마디에 끼우고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반지 윗부분에 달린 스캐너를 아래로 향하게 한 뒤 책에 적힌 글자를 스캔하면 반지 안쪽에 설치된 점자 돌기가 글자에 맞게 차례로 튀어나와 손가락으로 점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점자 구현뿐 아니라 음성 지원도 가능하다.
 
아이링은 세련된 반지 모양에 휴대성이 좋아 잃어버릴 위험이 적고 사용하기도 편해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구상은 적록색약인 정씨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예전 미대 입시 준비할 때 물감과 색연필에 색깔 이름을 적어 넣으며 고생했는데, 이를 통해 앞을 못 보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모든 책을 점자 도서로 출판하기 어렵다면 휴대용 점자 변환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평소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최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씨는 “선배의 점자 반지 아이디어를 듣고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며 “기능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려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이 디자인은 SK텔레콤 등을 통해 제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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