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에 심야 골프 연습장이 생겼다. 밤새 조명을 훤히 켜놓고 할인가격에 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골프 이외의 다른 스포츠에 이런 야간 연습시설이 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없을 것같다.
골프 연습장은 ‘생초보’에게는 유치원과 같은 곳이고, 그 단계를 지난 골퍼에게는 병원이나 약국과 같은 곳이다. 병을 고치려고 찾는 것이 병원이듯이, 연습장은 병든 스윙을 고쳐보려고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굳이 연습장을 병원에 비유한 것은, 비록 잠시일지라도 건강한 스윙을 하고 그로 인한 기쁨을 맛본 적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습장을 찾은 주말 골퍼는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최근 몇 라운드동안 자꾸 슬라이스가 나서 혹은 훅이 나서 불편했기에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연습장을 찾은 것이다.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골퍼들에게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패턴을 볼 수가 있다. 첫째는, 대부분이 이런 형태이지만, 매번 똑같은 형태의 스윙을 하면서 즉 스윙을 바꾸지 않으면서 다른 결과가 생기기를 기대하는 골퍼다. 가장 흔한 예가, 구조적으로 슬라이스가 날 수밖에 없는 스윙을 하고 있으면서 슬라이스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골퍼는 연습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상실한 채로 연습을 마친다.
병원에 와서 의사를 만나지 않고 혼자 아픔을 호소하다가 그냥 돌아간 경우다. 이런 연습을 하는 골퍼에게 연습장은 정신병동이나 다름없다. 레슨이 절실히 필요하니 이른 시일내에 코치를 만나야 한다.
골프 역사상 유일한 그랜드 슬램 기록을 남긴 보비 존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천재의 스트로크’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미국 애틀랜타 출신의 존스가 생애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GC 올드코스에서 볼을 치다가 항아리 벙커에 빠졌다. 세 번의 샷으로도 자신의 키보다 높은 벙커에서 탈출하지 못해 낙담한 존스에게 로컬 캐디가 불쑥 이런 말은 던진다. “이봐 젊은이, ’정신이상‘이라는 것의 정의가 뭔지 아는가? 똑같은 짓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이 정신이상이라네.” 이 말을 들은 존스는 그 다음 샷에서 곧바로 벙커 탈출을 한다. 스윙을 바꾼 것이다.
둘째 골퍼는, 존스처럼 바로 이런 정신이상 상태에서 탈출할 줄 아는 골퍼다. 즉, 스윙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되는 것같다가 또 곧바로 안됐다가, 그러다가 다시 되는 듯하다가 또 안 되기를 반복한다.
그러고 연습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이면 그 때부터 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힘이 빠질대로 빠졌고 몸은 다 풀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또한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대해 잊어버릴만큼 약간의 도취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골퍼에게 연습장은 약국과 같은 곳이다. 스스로 처방을 내리면서 약을 골라 사먹거나, 혹은 옆에서 레슨하는 것을 귀동냥하면서 약발을 받는다. 자가 처방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오용이나 남용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정신이상 상태로 계속 머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의 연습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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