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부실위험 기업의 대형화 금융회사 건전성 떨어뜨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부실위험이 높은 한계기업 중에서 차입금 규모가 큰 대기업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대기업 부실의 현실화는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하락에 그치지 않고 자금시장 불안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중(기업 수 기준) 대기업 비중은 2005년 64.2%에서 2013년 상반기 81.1%로 높아졌다.
한계기업의 수 비중에 비해 차입금 비중은 대기업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93.2%였던 대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2013년 99.1%로 상승했다. 상장기업 중에서 한계기업의 차입금은 대부분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차입금인 것이다.
은행의 신규발생 부실채권 중에서도 대기업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부실채권은 2013년 1~3분기 동안 10조4000만원 증가해 2012년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대기업(공공 및 기타 부문 포함)부문의 부실채권은 2012년 1~3분기 동안의 3조4000억원에서 2013년에는 같은 기간 동안 8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신규발생 부실채권 중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은 2010년 66.7%에서 2013년 1~3분기 45.2%로 감소한 반면 대기업 대출의 비중은 2010년 20.6%에서 2013년1~3분기 37.0%로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부실 수준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부실 정도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중소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된 반면 대기업은 부실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다가 최근 부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부실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저하뿐 아니라 결국 금융회사 단기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부실자산 증가와 실적 감소에 따른 건전성 저하는 가장 먼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금공급이 위축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신용경색을 겪는 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제적 대응과 금융회사의 자금공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와 부실기업의 선별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신용위험 정보가 자본시장 참여자에게 좀더 정확하고 적시성 있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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