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푼돈을 저축하는 것이지만, 박씨 입장에선 금리 1~2%포인트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자 금융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으론 은행 직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객 이탈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실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 고객 이탈을 막거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속속 낮추고 있는 가운데 고객 이탈로 인한 은행 직원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미 2~3개월 전부터 예금금리를 낮췄고, 이번 달부터 금리를 낮추는 은행도 있다.
이로 인해 기존 3%대 금리를 제공하던 예금은 2% 중후반대로 금리가 떨어졌고, 4%대 예금 역시 2% 중반대까지 금리가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누리던 고객 입장에선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러 은행의 예·적금을 꼼꼼히 살펴보면 여전히 금리가 높은 상품이 있다는 게 고객 입장에선 다행이다. 박씨 역시 다른 은행들의 예금을 살펴본 뒤 B은행에 금리 4%대 예금이 아직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한 영업점, 그것도 한 직원과 3년째 거래를 했기 때문에 갑자기 거래를 끊기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그러나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B은행 예금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직원도 예금 갈아타는 것을 막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상품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며 "주식거래까지 가능한 통장에 가입할 것도 권했는데,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상품까지 추천하니 한편으론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은행은 진퇴양난에 처한 상황이다. 수익성을 위해선 예금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그런 경우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 고객도 자연스럽게 유치되고, 은행 이미지도 좋아지므로 은행 역시 금리를 낮추고 싶진 않다"며 "그렇다고 기존 금리를 유지할 수도 없고, 은행 이미지마저 안 좋아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분간 고객 관리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평균 순수저축성예금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2월말 연 5.66%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현재 연 2.60%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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