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회사가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거리는 구성원들 전반에 걸쳐 안정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고만 하다보니 도전의식이 떨어지고, 모험을 두려워하고 편한 일에만 직원들이 몰려드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임직원들의 투지를 살리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조직은 모멘텀을 부여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결국 인사를 통해 능력을 보여준 이들에게 보상하고, 이 사례를 전사로 확대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성과주의를 강하게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눠보니 입사에 대한 기쁨보다 10년후 어떻게 살아갈 지를 걱정하더라.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하는 삼성전자 사원이 이러니 다른 회사의 젊은 직원들은 어떤 희망을 갖고 회사를 다닐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키우는 게 곧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던 과거의 마인드가 현재의 직장인들에게는 흘러간 옛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런 심리상태에서는 결국 편안함을 찾기 마련이다. 삼성그룹은 표면적으로 라인이 없다고 하지만 권력과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뭉치려는 개개인의 성향까지 없앤다는 것은 무리다.
삼성그룹은 구성원들은 ‘남성·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 설립됐고, 성장해 온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겠지만 두 개의 교집합 내에 포함되지 않는 인재는 성장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이 같은 폐단을 끊기 위해 삼성그룹은 여성·외국인·경력입사자 등 비순혈주의 대상자들의 승진 인사 폭을 사상 최대로 늘렸다.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그해 입사한 공채 여성 임원들이 올해 처음으로 임원이라는 별을 달았고, 푸른 눈의 외국인 임원도 12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성과만 좋다면 승진연한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발탁인사도 늘렸다.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성’을 인사에 적극 반영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현장 중심의 인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인사에서 스텝 부문 승진인사는 줄인 반면 연구·개발(R&D) 부문 승진인사는 120명, 글로벌 영업·마케팅 부문은 24명, 제조 부문이 33명이 각각 승진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즉, 성과주의·다양성·현장 중심의 인사 원칙을 통해 삼성그룹은 조직내에 만연된 안일주의를 뿌리채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조직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한 명의 잘못된 인사가 조직을 망칠 수 있다”는 교훈대로 인사는 고민의 고민이 거듭되는 회사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 이러한 인사를 통해 조직을 흔들어 버린 삼성그룹의 인사는 ‘뛰는 삼성, 도전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 회장의 바람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삼성그룹은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2014년에도 위기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