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삼성은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소재와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 소재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유임됐으며,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을 중심으로 승진자 수도 늘어났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소재 사업 육성 방침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재확인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소재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고 관련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난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LED사업부를 이끌었던 조남성 사장을 신임 CEO로 맞게 됐다.
삼성전자의 1등 DNA를 심어 제일모직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소재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방침은 임원 인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제일모직은 8명의 승진자 중 7명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는 전자재료사업부 소속 임원들이 중용됐다.
유일한 부사장 승진자인 송창룡 부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거쳐 제일모직으로 옮긴 뒤 전자재료사업부의 개발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김상균 전자재료사업부 개발1그룹장과 이중현 전자재료사업부 영업1그룹장, 김윤기 중앙연구소 S개발그룹장 등이 상무로 승진하며 새로 별을 달았다.
또 다른 소재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과 삼성BP화학의 이동휘 사장은 유임됐다. 소재 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 만큼 수장 교체로 괜한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정밀화학은 반도체 현상액 원료인 TMAC와 세라믹콘덴서 핵심 소재인 BT 파우더 등 전자제품의 원료가 되는 전자재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던 삼성정밀화학은 올해 승진자가 4명으로 늘었다. 경영지원실장인 이인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이인희 부사장의 경우 업황 침체의 위기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승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자소재 원료인 초산과 초산비닐 등을 생산하는 삼성BP화학도 정동환 상무가 새로 승진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소외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그룹 내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임원 승진자가 없었지만 올해는 이희승 상무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올해 들어 미국의 BMS, 스위스의 로슈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희승 상무는 삼성토탈에서 설비보전 업무를 맡았던 플랜트 전문가로 석유화학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생산 플랜트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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