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 '중국산' 공습…'치킨게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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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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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가ㆍ물량 공세로 가격 하락세 부채질, 기술력 강화로 활로 모색해야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어 한국과 일본, 대만 업체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 패널 가격 '날개 없는 추락'…내년도 어렵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TV와 PC, 노트북 등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반등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TV를 중심으로 한 대형 패널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9일 시장조사기관인 위츠뷰에 따르면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12월 515달러에서 지난달 475달러로 1년새 40달러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42인치 패널 가격은 278달러에서 235달러로, 32인치 패널 가격은 160달러에서 139달러로 각각 하락했다.

모니터의 경우 21.5인치 패널 가격이 76.3달러에서 67.5달러까지 추락했으며, 14인치 노트북 패널 가격은 36달러에서 33.5달러로 하락했다.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던 9인치 이하 중소형 패널 가격도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2~3인치대 모바일용 패널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체마다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인하를 감수한 제품 밀어내기로 이어질 수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해인 만큼 TV와 모니터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멈추지 않는 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가격 반등이 늦어진다면 업계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공장 가동률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시장에 공급 과잉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기존 투자계획을 일정대로 진행하겠지만 상황에 맞춰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홀로 잘나가는 중국…국내 업체 1위 수성 사활

시장 경쟁이 격화될수록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그렇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3분기 기준 중국 업체들의 대형 LCD 패널 매출액은 54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8%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9.9%로 10%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경우 지난해까지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47.4%로 하락했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기술력에서는 국내 업체에 밀리고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결국 중국 업체가 넘보지 못할 첨단 기술로 무장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승산이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들은 첨단 제품 생산라인을 세계 최대의 패널 소비국인 중국 현지에 직접 건설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에 건설한 8세대 생산라인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으며,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세대 생산라인도 내년 초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UHD와 OLED 등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양산 체제 구축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BOE와 CSOT, CEC판다 등 중국 업체들도 8세대 라인 증설에 힘을 쏟고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8세대 라인을 대거 늘리면 결국 고사양 제품 쪽에서도 치킨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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