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결여' 엄지원의 변신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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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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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엄지원[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배우 엄지원의 변신이 반갑다.

엄지원은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연출 손정현·이하 '세결여')에서 오은수(이지아)의 언니 오현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지상파로는 2011년 SBS '싸인' 이후 2년 만이다.

오현수는 스물 다섯 살에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만난 친구 안광모(조한선)를 15년째 남몰래 짝사랑하는 캐릭터. 노처녀 탈피의 기회룰 주기 위해 나선 주선자에게도 "이런 자리는 불편해서 싫다"고 딱 잘라 말하는 당찬 여성이다.

극 중 엄지원은 털털함을 넘어선다. 결혼식장에서 "이 결혼 못 하겠다"고 외치고 도망친 안광모에게 육두문자를 퍼붓는가 하면, 다리가 부러진 신부 박주하(서영희)를 들쳐 없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무쇠 팔 무쇠 다리라는 부연 설명이 어색하지 않다.

엄지원은 '예쁨'을 포기했다. 뽀글머리를 질끈 묶은 채 애견복 디자인에 열중하는 모습, 동생의 재혼에 얽힌 문제 때문에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소주를 들이켜는 모습 등은 '여자'에서 '배우'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소위 잘남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두번째 결혼 생활을 만끽(?)중인 동생 오은수와는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녀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는 그 '빙의'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소원'에서는 성폭행 당한 딸을 향한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했고, '박수건달'에서는 귀여운 푼수무당을 맡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또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는 험난한 미혼모의 길을 꿋꿋이 헤쳐 나가는 강인한 여성을 맡아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엄지원은 어떤 캐릭터에도 빙의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

하늘거리는 원피스가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매력을 발산한다. 딱딱한 말투라든지 따가운 눈총도 호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배우가 또 어디 있을까.

'세결여'에는 지독한 시월드와 불륜, 남편의 외도 등 막장 요소가 몽땅 투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 작가는 엄지원을 필두로 한 조한선과 서영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막장 코드의 불혐화음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엄지원의 대단한 변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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