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여자가 투자에 유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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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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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것은 본능적으로 피한다

▲정승혜 우리은행 퇴직연금부 차장, CFA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요즘에는 수익률을 올리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심한 여자들은 큰 돈 벌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는 돌고 돈다고, 소심한 사람들이 빛을 발하는 요즘이다.

수렵으로 먹고 살던 원시 시대에 남자는 나가서 사냥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 일을 했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뛰어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했어야 한다면, 여자는 아이 뒤를 쫓아다니면서 사고 나지 않게 감시를 했다. 집안을 돌보면서 불이 나거나, 도둑을 들지 않게 방어하는 역할이 그녀들의 일이었다. 남자가 거의 모든 것을 걸고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라면, 여자에게는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 않더라도, 여자가 지키는 데 익숙하다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딸이 증권사에 다니는지, 자산운용사에 다니는지도 구분을 못 하시는 왕초보 내 부모님도 그렇다. 2008년 중국 펀드 붐이 일었을 때 지른 것은 아빠였고, 그 어렵다는 손절매를 결심한 것은 엄마였다.

'수익률'은 불과 15년 전만 해도 흔한 용어가 아니었다. 이 말을 5초 이내에 '레이트 오브 리턴(rate of return)'이라고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전문가로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에 전문가들은 고위험-고수익, 즉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소개했다.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도 높으니 조심하세요"라는 뜻이지만 심하게 얘기 하면 "위험 고지를 했으니, 책임은 투자자가 지세요"다. 어찌됐거나 수익률을 올리려면 거기에 걸맞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00년 IT 버블 때 기억이 생생하다. 주위에서 두 배, 세 배 벌었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작전주 이름도 난무했다. 코스닥 열풍이 불기 시작한 때도 이 때 부터였다. 공모주 안하면 바보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그 동안 번 돈이 싸그리 날아가는 모습도 많이 봤다. 그 역전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남자는 고수익 이면의 고위험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다만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지르는 것은 남자의 사냥 기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키는 일에 더 강한 여자는 잃는 것이 두려워 함부로 뛰어들지 못한다. 그래서 놓치는 기회도 있겠지만 잃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많은 종족, 그들이 여자다.

수익률과 위험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 찰떡 같은 사이다. 어차피 투자라는 것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 좋은 투자처와 적절한 시기를 찾는 데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혹시 생길 수 있는 위험도 각별히 관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벌어 놓은 돈을 하루 아침에 날려 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전문적인 투자회사나 투자 기관은 전문적인 리스크관리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여자는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타고난 리스크 관리자다.

이 부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다. 오로지, 이렇게 투자하면 얼마나 손해를 볼 수 있나다. 손해를 보기 전에 막아야 하기 때문에,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서 투자부서에서 하는 일에 간섭한다. 이건 이래서 위험하고, 저건 저래서 위험하고. 여자가 남자한테 하는 잔소리에 비유하면 리스크 관리 하시는 분들이 들고 일어나실까?

치솟던 주가가 폭락하던 때 적절하게 리스크 관리를 잘 한 투자자는 살아 남을 수 있었지만, 과도한 리스크를 짊어진 곳은 망하기도 했다. 지킨다는 것이 방어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위기 때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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