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쟁자들에게 노출된 수컷 초파리가 교미를 더 오래한다는 사실을 밝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SCF) 연구진이 이번에는 이 과정을 조절하는 상세한 메카니즘을 밝혀냈다.
USCF의 김우재 박사가 이번 연구를 주도했다.
수컷에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어떻게든 유전자를 많이 남긴 수컷의 유전형을 선호한다.
연구진은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 둘러쌓인 초파리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5분 이상 교미를 오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행동에 장기교미시간(LMD)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LMD를 유도하는 자극이 시각적으로 충분한 가운데 주변에 경쟁자들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초파리 수컷은 움직이는 빨간 점들로 인식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홀로 자란초파리 수컷에게 거울을 보여주고 교미 시간을 측정한 결과 거울을 보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교미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작 자극만으로 발생하는 복잡한 초파리의 행동을 조절하는 최소단위 신경회로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뉴로펩티드라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조각과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복잡한 행동양식이 조절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스크리닝을 통해 PDF와 NPF 두 종류의 뉴로펩티드와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LMD가 조절됨을 밝혀냈다.
이 신경회로는 초파리 뇌에 존재하는 10만개의 신경세포들 중 18개의 신경세포만으로 이뤄져 있어 복잡한 행동약식을 조절하는 최소단위 신경회로를 찾는 연구동향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김우재 박사는 "초파리 수컷에게는 포르노가 거울인 셈"이라며 "하등동물이라고만 생각하던 초파리가 사회적 환경을 인지하고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이 나타나 사회적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LMD는 시각자극만을 이용하는 독특한 행동양식으로 이를 이용한 사회성 연구를 통해 개미나 꿀벌에서 보이는 진성사회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USCF 유넝 잰은 초파리 신경유전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뉴런 12월호에 게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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