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료, 전기료,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원가보상률(총수입/총괄원가)이 낮아 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채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의 원가보상률을 올려주는 방향으로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내달 말까지 부채가 많은 12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부채감축계획을 제출 받은 뒤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이를 점검하고 1분기중 요금조정, 재정투입, 제도개선 등 정책패키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2개 기관은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전력(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포함),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으로 대부분 공공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기관이 떠안고 있는 부채는 412조3000억원으로 국가부채 443조원과 맞먹는다. 더욱이 하루 214억원씩 연간 이자로 지급되는 돈만 7조8092억원이다.
이를 정부가 목표로 내건 2017년 200%까지 맞추려면 이자를 빼고 향후 4년간 66조원의 빚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해 벌어들인 영업수익으로는 빚은커녕 금융이자조차 갚기 힘든 이들 기관의 재무상태다.
한국전력, 철도공사의 작년 순손실이 3조780억원, 2조8000억원에 달하고 가스공사, 도로공사의 당기순익은 3620억원, 832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빚 가운데 금융부채가 70.4%에 달하고 그 중 질이 나쁜 단기부채 비율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산매각, 사업축소만으로는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 결국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도공, 한전, 수공 등은 이미 10월 기재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요금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은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매년 조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수공도 상수도 요금을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인 2.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도공은 경차 할인, 출퇴근 할인 등 현행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도를 대폭 줄이고 서울 외곽순환선 무료구간을 유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에 앞서 원가보상률을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공공기관 부채가 늘어난 배경엔 무리한 사업 확장과 방만경영도 있지만 공공요금이 원가보다 낮아 적자가 쌓인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가 공공요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보상률 검증절차를 제도화해 공공기관 스스로 원가를 절감토록 하는 유인동기를 마련하고, 이상의 절차에도 불구하고 요금인상 요인이 있을 경우 공공요금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요금 인상에 앞서 자산매각과 사업 축소 등 기관들의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워낙 심각해 기관들의 자구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될 경우 공공요금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와 원가보상률 등을 분석해 인상 폭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