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학 이사장 “한국 벤처, 목표 크게 가져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2-15 09:5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애플에 1억 달러 받고 회사 매각했던 창조경제 리더 성공 스토리

1999년 파워컴퓨팅이라는 회사를 애플에 1억 달러에 매각한 강신학 회장이 13일 코엑스에서 당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미국에서 성공한 교포인 강신학 강재단 이사장이 우리나라의 벤처 기업이 성공하려면 목표를 보다 크게 가지라고 조언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창조경제박람회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강 이사장을 13일 코엑스에서 만났다.

강 이사장은 “처음부터 큰 것을 노리고 크게 벌려야 투자받을 수 있다”며 “국내 벤처가 글로벌하게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고 좀 크다가 끝나기 때문에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이시장은 벤처 기업들이 꿈을 크게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벤처 캐피털은 히트 정도를 원하지 않고 홈런을 원한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정도로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고 거금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성공하고 빨리 미국에 와서 세계화시켰더라면 세계 기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반이 잘 돼 있는 한국에서 테스트에 성공하면 빨리 미국에 와서 마케팅하고 세계적인 회사를 빨리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강 이사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을 많이 만났는데 비전이 명확한 것 같다”며 “기존에는 다른 나라를 따라갔지만 이제는 창조경제를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 5월 박대통령 방미 당시 LA에서 열린 창조경제간담회에서 한국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현지화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 잘못 전해졌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파워컴퓨팅사를 설립해 라이센스를 받고 매킨토시를 만들다 1999년 회사를 1억 달러에 애플에 매각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잡스의 전기에도 강 이사장이 스티븐 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책에는 PC 사업에 대해 두 사람이 이견이 있었던 일화가 소개돼 있다.

강 이사장은 보급확대를 위해 판매망을 늘리고 경쟁을 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잡스는 반대했다.

그는 “당시 잡스에게서 직접 전화가 와 회사를 팔라고 설득하기 시작해 2주 동안 그의 집에 초대받기도 하는 등 설득을 당했다”며 “잡스가 3000만 달러를 변호사 비용으로 쓰겠다면서 어떻게 할거냐고 해 결국 팔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강 이사장은 “애플은 딜러를 통해 PC를 팔았지만 우리는 직접판매를 해 20%를 싸게 팔았고 칩을 빨리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며 “1억 달러라는 가격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애플과 소송을 하게 되면 목표였던 상장을 하지 못하게 돼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잡스에 대해 “자기가 뭘 할지 알고 굉장히 세세한 부분을 챙기고 단어 하나하나를 따지는 그런 사람”이라며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회사를 사기 위해 집에까지 초대한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도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IBM을 다니다 동료들과 함께 메인프레임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고는 한국 기업 컴퓨터 디자인을 맡아 크게 성공했다.

대우를 시작으로 삼성, LG의 컴퓨터 디자인을 하다 회사를 1000만 달러에 매각했고 다른 사업을 했지만 또 실패를 겪다가 새 제품 개발을 위해 유럽에서 500만 달러를 투자 받으면서 살아났다.

1994년에는 당시 유럽에서 제일 큰 컴퓨터 회사였던 올리베티를 통해 애플 라이센스를 받으면서 회사가 커지기 시작했다.

강 이사장은 회사 매각 뒤 다른 창업가들처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회사 매각자금을 바탕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애플에서 매각 대금으로 받은 주식이 100배가 뛰었다”며 “한때는 잡스보다 주식이 더 많은 때도 있었는데 거의 팔기는 했지만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인이 불리하기 쉬운데 오히려 덕을 많이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바꾸고 실패를 계속하더라도 도전을 계속하면 언젠가 운이 따라서 갑자기 성공하게 된다”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다가도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강 이사장은 “1980년대 초 한국회사가 왔었는데 한국사람으로 컴퓨터 쪽을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클 수 있었다”며 “당시 메모리 공급 부족인 상황에서 가격이 뛸 당시 한국인이라 삼성에서 주문한 만큼을 원래 가격에 다 받을 수 있어 한 달에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고 LG에서는 모니터를 애플과 같은 가격으로 주기도 하는 등 도움을 받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매체에서 동양인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띄워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강 이사장은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을 잘 알아야 한다”며 “엔지니어링 중심이 아니라 금융과 마케팅에서도 돈이 많이 들더라도 좋은 사람을 데려와 쓰고 잘나갈 때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성공한 것이 교육시스템 덕분이라고 하지만 억지로 시키는 면이 있어 창조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창조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되기 위한 청사진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또 “한 두 개 기업 정도 한국 벤처를 미국에서 성공해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며 “직접 투자 보다는 인맥을 동원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연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자선사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스탠포드 대학 후버연구소의 연구와 미국 민주주의 개선 방안을 위한 연구를 후원하고 있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박물관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아들이 졸업한 하버드 대학에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중동이나 중국 등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대해 우회할 수 있는 기술 연구도 후원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들과 만나는 일도 잦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유력한 고위 관료들이 아무 관계도 없는 북한의 인권을 위해 애를 쓴다고 하는데 한국인으로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평소 문화와 예술 등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