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갑오년은 ‘멀리건’ 필요없는 세상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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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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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레저부장겸 골프전문기자

 
2013년도 며칠 안남았다.

올해는 유난히 빨리 지나간 듯하다. 하기야, 연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불통’ 정치 논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및 유출 공방,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과 낙마 등으로 하루도 영일(寧日)이 없었다. 가수 싸이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 박인비 배상문 등 프로골퍼들의 선전, 류현진의 미국 메이저리그 성공적인 데뷔 등 그나마 문화·스포츠 부문에서 성취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올 한해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현상을 골프용어를 통해 되볼아보자. 무엇보다 로컬룰이 판쳤다. 로컬룰은 골프에서 본 규칙 대신 특수상황에 적용하는 부속룰이다. 본규칙을 보완해주지만, 지나치면 골프의 본령을 훼손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녔다. 골프 외에서는 글로벌룰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에게서만 볼 수 있는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룰을 가리킨다.

올해도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법정기일을 넘겼고,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 열람과 유출이 이뤄졌다. 조선시대같으면 임금도 열어보지 못하는 국가기록물은 몇몇 유력자에게 버젓이 유출되면서 그 논란은 1년 내내 지속됐다. 그야말로 글로벌화 시대에 있을 수 없는, 로컬룰이 횡행한 사회였다.

OB(골프에서 친 볼이 코스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벌타가 따름)도 많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작년 이맘때 박근혜 후보는 새 기초노령연금 제도 도입, 상생 정치, 차별 철폐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딱부러지게 지켜진 것이 없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준다던 기초연금은 원안보다 대폭 축소되면서 그에 반대하는 주무장관이 자리를 떠났고, 여야는 상생은커녕 하루도 빠짐없이 정쟁을 일삼았다. 빈부·지역·세대·남녀·학력 등에 의한 차별은 갈수록 심화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수준이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대통령의 공약은 OB가 돼버린 꼴이다.

임기 첫 해였으니 좀 더 두고보자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1년전 치른 대통령선거가 불공정했다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호(號)’는 정치에 발목이 잡혀 가기 쉬운 페어웨이(골프코스에서 잔디를 짧게 깎아놓은 정돈된 구역)를 제쳐두고 벙커(골프코스 중 모래로 채워진 지역으로 이 곳에 볼이 들어가면 치기 어려움)에 빠진 격이 되고 말았다.

나라밖 사정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김정은의 등극과 함께 더 극한대결을 부추기고 있으며, 주변 강대국들은 한 세기 전 구한말을 연상시킬 정도로 영토 확장· 군비 경쟁 등으로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군사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세계 2대 강국)로 발돋움하면서 한국경제를 추월했으며 일본은 엔저를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엊그제 한 듯한데 벌써 1년이 흘렀다. 남은 4년도 후딱 지나갈 것이다. 시간은 멀리건(골프에서 친 샷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을 때 벌타없이 한 번 더 치게 해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간은 특정 개인이나 사회·국가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계사(癸巳)년 한 해가, 1년전 상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것처럼.

갑오(甲午)년 2014년에 한국호는 올해처럼 퇴행이나 제자리걸음을 할 것인가, 몇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갈 것인가. 대통령은 결단하고 국민들은 자각을 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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