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달 사의를 밝힌 게리 로크(63)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미국은 중국의 강대함과 번영을 환영하며 중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각지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유화적인 발언이다. 특히 이 발언은 중국이 바라는 신형대국관계와 G2로서의 중국 인정을 모두 수용하는 의미인만큼, 향후 양국의 협상이 순탄할 것으로 분석된다.
로크 대사는 14일 하이난(海南)성에서 개막한 '2013년 싼야(三亞)재정경제국제포럼'에 참석, '중미 간 전략적 상호의심과 상호신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과 더욱 교류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신문사가 15일 전했다.
로크 대사는 "중국의 많은 이들은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아시아로의) 이동전략이 중국을 포위하고 중국의 정치·경제적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1기 때부터 중동에 쏠렸던 군사·외교적 자원을 아시아로 재분배한다는 개념의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전략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로크 대사는 "강력한 미중관계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서 매우 관건적인(결정적인) 부분으로, 우리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은 우리가 중국과 더욱 많은 교류를 진행할 것임을 뜻한다"며 "이것은 (중미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중국 승리가 미국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또 로크대사는 "시진핑 주석은 올해에만 오바마대통령과 두번 회담을 개최했으며 바이든 부총리도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나는 등 지도자들간의 교류도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대사의 중책을 맡아 2011년 8월 부임한 로크 대사는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놓은 지난달 20일 돌연 대사직 사임을 발표해 현재 교체를 앞두고 있다. 후임 중국대사로는 중국계 미국인이자 로크 대사와 친구 사이인 에드 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에드 리 시장은 올해 61세로 원적은 광둥(廣東)성 타이산(台山)으로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1989년부터 샌프란시스코시 정부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해 1월 임기 4년의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취임했다. 샌프란시스코시 역사상 최초로 선거로 선출된 중국계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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