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겨울의 추위가 차가운 자비요 은총이라고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만약 겨울이 없었다면 동물들은 겨울잠을 잘 수 없고 논밭의 농부들의 고된 땀은 식을 때가 없을 것이다. 마치 밤이 없다면 대낮 속에서 그 많은 노동으로부터 쉴 수가 없듯이. 생명은 뜨겁다. 끝없이 타오르는 욕망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오죽하면 짐승들을 동물動物, 움직이는 것이라고 이름 지었겠는가.
식물도 바람이 불면 말갈기처럼 이파리들이 나부낀다. 꽃이 피고 지는 것, 나이테가 느는 것 등. 잠시도 쉬지 않고 성장한다. 또 예민한 청각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숨어 있는 노동, 소낙비와 햇빛 속에서 엽록소들이 부지런히 양분을 만들어 나르는 수액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우리는 삭풍을 악마가 내쉬는 숨소리처럼 듣고 있지만 이 추위가 없었다면 끝 모르는 욕망을 누가 잠재울 수 있으며 종신형의 중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인가."( p.99)
한국의 대표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팔순에 내놓은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는 이른바 생명자본, 생명밑천에 대한 이야기다.
속칭 ‘리먼 쇼크’가 전 세계에 ‘금융 쓰나미’를 일으킨 2008년 이후 이 전 장관이 제창한 '생명자본주의는 그동안 주로 생물학을 비롯 과학 분야에서 사용된 생명애biophilia, 장소애topophilia 그리고 창조애neophilia의 세 가지 사랑을 중심 테마로 삼고 그것을 그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인문학적 입장에서 발전시켰다.
병들고 노쇠하여 더 이상 혼자 걸을 수 없게 된 자본주의 문명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생명'과 '사랑'. 이어령 전 장관은 "돈을 위한 돈에 의한 돈의 자본주의", "물질을 위한 물질에 의한 물질의 자본주의"를 "생명을 위한 생명에 의한 생명의 자본주의", "사랑을 위한 사랑에 의한 사랑의 자본주의"로 탈구축하자자고 주장한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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