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KSD) 봉사 단원들이 집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자 아이들은 양손을 기도하듯 모아 "어꾼(감사합니다)"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캄보디아 교사 월급 한 달에 10만원"
12일 깜뽕뜨랏군 깜뽕뜨랏 유치원에 이 지역 어린이와 어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날은 깜뽕뜨랏 유치원의 준공식이 있는 날이었다.
유치원 중공식에는 깜뽕뜨랏군 군수와 교육담당관을 포함해 어린이 350여 명, 어른 50여 명 등 약 400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기아대책기구 해외어린이개발사업(CDP)의 일환으로 설립된 깜뽕뜨랏 유치원은 KSD나눔재단의 후원으로 10월 25일 착공됐다.

11일 캄보디아 깜폿주 깜뽕뜨랏군의 깜뽕뜨랏 유치원. 한국예탁결제원(KSD) 봉사 단원들과 현지 아이들이 함께 유치원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예탁원 및 증권사 직원 등 9명으로 구성된 KSD 봉사 단원들이 유치원 건물의 외벽과 내벽을 페인트칠하며 유치원은 40여일 만에 완공됐다.
깜뽕뜨랏군엔 총 45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16개의 초등학교 안에 한두 개 반의 유치원이 설치돼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들 유치원은 상황이 매우 열악해 놀이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교실 안에 책걸상이 없는 곳도 많다. 교사의 질도 낮다.
꿈쌋(34) CDP센터 센터장은 "이 지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전체 아이들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공립 유치원은 교육의 질이 낮아 유치원을 4년 동안 다니고도 캄보디아어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유치원에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해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성민(58) 기아대책 캄보디아지부 지부장은 "캄보디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의 질이 매우 낮다는 점"이라며 "교사 월급이 약 100달러인데 공장 노동자들이 100달러를 받고, 프놈펜 월 평균 생활비가 300달러가량임을 비춰보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 완공된 깜뽕뜨랏 유치원은 학부모로 부터 교육비를 받아 아이들 교육을 위한 기자재를 확충하고, 양질의 교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혼돈의 캄보디아, 변화의 물결
'세계 인권의 날'이었던 지난 10일, KSD 봉사 단원들은 프놈펜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캄보디아 국기를 들어 올린 시위대의 모습과 마주했다. 시위대가 도로를 장악해 일순간 도로 위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야권 대표 삼랭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난 7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야권 대표인 삼랭시를 주축으로 구성된 구국당(CNRP)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캄보디아는 현재 정치적으로 혼돈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는 훈센 총리가 지난 1985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지난 7월 있었던 캄보디아 총선에서 역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CPP)이 승리했다. 하지만 야권은 총선 당시 부정 선거가 자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를 지지하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사회나 경제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둠이 진 이날 오후 7시 프놈펜 인근 도로엔 20여명의 사람들이 가득 올라 탄 트럭 행렬이 이어진다. 프놈펜에 들어선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이다.
최근 프놈펜엔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값 싼 인건비를 노리고 중국과 베트남 등에 공장을 세웠던 해외기업들이 이들 나라의 인건비가 오르자 캄보디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프놈펜에 위치한 공장들이 많아지자 공장들 사이에서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프놈펜 안에서 일 할 사람을 감당할 수 없자 지방에서 사람을 데려와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의 씨앗
유치원 준공식이 시작되자 4명의 캄보디아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태권도 시범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일순간 조용해져 호기심에 찬 눈으로 태권도 시범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12일 깜뽕뜨랏 유치원 준공식에 참석한 이 지역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태권도 시범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현지 주민 400여명이 참석했다.
깜뽕뜨랏 유치원이 있는 CDP센터를 통해 우리나라 후원자와 캄보디아 어린이가 1대1로 결연을 맺어 지원하고 있는 아이들은 총 275명이다.
그만큼 이 지역 아이들은 한국이란 나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꿈쌋 센터장은 "이곳 학생들 중 다수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칠 선생님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KSD나눔재단이 캄보디아 유치원 사업에 후원한 것은 격변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희망의 씨앗을 품은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엄시낫(46) 깜뽕뜨랏군 군수는 "유치원 건설과 같이 아이들을 지원하는 원조 노력은 캄보디아 사회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직 지역 곳곳에 학교가 없는 곳이 많은데 이것은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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