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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재계 오너와 ‘취준생’의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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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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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올해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는 국가관과 법치에 대한 질문을 넣었습니다. 정답을 정해 놓고 물어본 것이 아니라 국가나 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그 결과에 무척 놀랐습니다. 상당히 많은 지원자들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법을 어겨도 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그룹의 채용 일화를 소개했다.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소통을 바탕으로 규범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을 강조하며 나온 이야기였다.

박 회장은 “어떻게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랐다”며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된다고 대답한 지원자들은) 다 떨어졌다”고 덧붙여 기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한 편에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을 앞에 둔 젊은이들에게 법을 지키는 것 보다 더 간절한 것도 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을 어겨도 된다고 대답한 이들의 속내는 자신이 그만큼 회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며 5~6년 씩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면접자가 묻는 기업의 이익은 곧 자신의 취업이었을 테니 말이다.

박 회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창의적이긴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특히 박 회장 같은 재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직접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이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거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들이 처음부터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법치주의란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고민해도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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