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그룹의 채용 일화를 소개했다.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소통을 바탕으로 규범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을 강조하며 나온 이야기였다.
박 회장은 “어떻게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랐다”며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된다고 대답한 지원자들은) 다 떨어졌다”고 덧붙여 기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한 편에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을 앞에 둔 젊은이들에게 법을 지키는 것 보다 더 간절한 것도 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을 어겨도 된다고 대답한 이들의 속내는 자신이 그만큼 회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며 5~6년 씩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면접자가 묻는 기업의 이익은 곧 자신의 취업이었을 테니 말이다.
박 회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창의적이긴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특히 박 회장 같은 재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직접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이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거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들이 처음부터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법치주의란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고민해도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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