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후에는 동양골프가 서양골프를 따라잡을 것입니다.”
그레그 노먼(58·호주)은 최근 미국 골프닷컴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거두고 한 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노먼은 지금 가끔 대회에 나서면서도 코스설계·와인·의류·라이선싱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중국골프협회(CGA) 요청으로 중국 국가대표팀의 자문코치를 맡았다.
노먼은 “코스 설계, 골프 클리닉 등을 하느라 중국을 왕래하면서 CGA와 가까워졌다. 때마침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터라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큰 영광이다.”고 코치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존 코치와 협력해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특히 볼을 잘 치는 일보다는 그들을 멘탈 측면에서 강한 선수가 되도록 하는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올림픽을 대비해 2년전 국가대표팀을 발족했다. 여자는 펑샨샨 등 세계 정상에 근접한 선수가 나왔으나 남자는 아직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올림픽 출전 자체도 낙관할 수 없다.
노먼은 “중국 골프수준을 올림픽에서 경쟁할만한 수준으로 올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큰 무대에서 경험을하고 이를 통해 포인트를 따야한다. 3년은 짧은 시간이다. 중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뛰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국의 소년 골퍼들이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관톈랑은 지난 4월 마스터스에 14세의 나이로 출전, 대회 사상 최연소로 커트를 통과했다. 두저쳉은 유러피언투어 볼보차이나오픈에서 최연소(16세)로 커트를 통과했고, 예워쳉은 중국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대회에 최연소(12세) 출전기록을 세웠다. 이들보다 어린 10∼12세의 숱한 주니어 골퍼들이 세 선수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노먼은 “세 선수는 중국 골프선수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다. 세계 골프계는 세 선수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CGA와 중국 국가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한 세대 후에는 동양골프가 서양골프를 앞지를 것으로 본다. 세계 골프인구 1억명 가운데 중국 골프인구 4000만명 시대가 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펑샨샨이 미국LPGA투어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여자골프 메이저타이틀을 안았다. 그러나 남자골프는 미국PGA투어에 진출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물론 미국 투어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노먼은 그러나 중국 남자골프도 언젠가 메이저대회에서 일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남자골퍼가 메이저에서 우승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웨덴 골프를 보세요. 밑바닥에서 아니카 소렌스탐, 헨릭 스텐손 등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기까지 25년이 걸렸어요.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으로 기본부터 착실히 다진 결과이지요. 중국 남자골프가 언제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지는 단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 시기는 옵니다.”
중국골프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혹자는 중국에 1만∼1만5000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골프장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골프장이 많은 것은 좋지만, 그 골프장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골프코스로서 오랫동안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자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어렸을 적부터 골프장에 갈 수 있는 계층은 부자들뿐입니다. 골프장이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노먼의 지적이다.
노먼은 주니어 골프선수를 둔 부모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어깨너머로 골프를 봐온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립 골프’를 할 수 있도록 물러서고 프로골퍼한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오랫동안 관여하면 자식들은 잘못된 길을 갈 수 있고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먼은 그 예로 미셸 위를 들었다.
미국 골프인구는 지난 5년간 13%정도 줄었다. 이런 추세는 중국에도 적용될까. 노먼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의 골프 상황은 1980∼90년대 미국과 비슷합니다. 연간 400개 정도의 고급 골프장이 생기고 있어요. 그들은 특히 금메달을 갈망합니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데다, 골프가 막 퍼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쇠락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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