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금리 장기화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등으로 수익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조직을 새롭게 구성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임원 인사를 둘러싸고,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오히려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지주사, 인적 쇄신이 먼저다
인적 쇄신을 우선적으로 실시한 금융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협금융지주다. 농협은행의 경우 김주하 신임 행장을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및 손해보험의 경영진 인사도 단행했다.
농협금융 경영진 15명 중 4명만 유임되고 모두 교체된 파격적인 인사였다. 농협금융 상무에 이경섭 전 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과 허 식 은행 전략기획부장이 각각 발탁됐고, 농협생명과 손보 부사장에는 각각 김관녕 전 고객지원본부장과 김진우 전 은행 농업ㆍ공공금융본부장이 선임됐다.
농협은행의 경우 카드사업 활성화를 위해 담당 부행장을 신설했으며 지주와 은행, 보험의 법인 간 인사교류 뿐만 아니라 중앙회 상호금융과 교육지원 간 교류를 통해 시너지 제고에도 역점을 뒀다.
이를 바탕으로 이정모ㆍ이신형 부행장 등 2명만 남기고 서대석 전 은행 자금운용부장과 이종훈 은행 여신심사부장, 손경익 은행 NH카드분사장, 민경원 전 은행 안양1번가지점장, 김광훈 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 이영호 전 중앙회 상호금융지원본부장, 최상록 전 중앙회 대구지역본부장 등 7명이 새롭게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이같은 인적쇄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들린다. 무엇보다 신충식 전 행장이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조기 퇴진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1959년생인 임 회장이 젊은 조직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임원 및 중간 간부급까지 1957~1958년생 등을 자진사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조직개편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평가도 있으며, 임 회장을 위한 인사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조만간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연임에 성공한 한동우 회장이 어떤 변화를 모색할지 관심이 높다. 다만 한 회장이 조직안정이란 강점을 갖고 회장직에 오른만큼 물갈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신한은행과 생명보험, 자산운용, 저축은행을 비롯해 신한프라이빗에퀴티 등의 계열사에서 약 13명의 임원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 노조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부족한 곳 채우고, 넘치는 곳 줄이고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조직개편까지 단행한 곳도 있다. 농협금융은 임원 인사에 앞서 2014년도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금융지주에 자회사 경영진단 조직을 신설, 농협금융의 경영체질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에 바젤 Ⅱ, Ⅲ 대응 조직도 신설한다.
전산사고의 불명예를 벗기 위해 그 동안 중앙회에 위탁해 운영하던 IT본부를 농협은행으로 이관한다. 농협은행에는 금융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해 여러 부서에 산재해 있던 소비자보호 관련 기능을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영업본부 등 일선 조직의 운영체계 개선을 위해 준비조직도 운영한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본부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 우선 SC은행은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의 구성원 수를 기존의 12명에서 8명으로 감축한다. 본부 조직은 기존의 47개에서 약 30개로 줄일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기업금융5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기존에 다른 부서가 담당하던 해운, 선박, 항공 등의 업무를 이관하도록 조직개편안을 단행했다.
기업금융5부는 한진그룹과 현대그룹 계열의 한진해운, 대한항공, 현대상선 등의 기업을 전담한다. 대우증권과 산은캐피탈 등의 금융자회사 여신업무도 넘겨 받게 된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10부문 5본부 47부에서 10부문 5본부 48부로 개편됐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55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향후 조직 슬림화를 예고했다. 이익을 내는 점포라도 동일지역에 인접한 경우 폐쇄하고, 금융 수요가 많은 신규 택지개발지역 등으로 점포를 이전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최근 부정·비리 혐의가 대거 적발되면서,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국민은행 사태로 이건호 행장이 자신의 경영철학에 초점을 맞춘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확실한 명분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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