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경영보폭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KT의 산적한 현안들에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신업계에 '제2의 황의법칙'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혁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 내정자는 이날부터 정식 취임하는 내달 27일 전까지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집무실에서 KT 현황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업무파악에 들어간다.
KT관계자는 "황 내정자의 취임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이 조만간 꾸려질 예정"이라며 "우선 비서실에서 황 내정자를 보좌하고 TFT에서 조직적으로 회장직 취임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황 내정자는 광화문 KT 사옥을 깜짝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근황에 대해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기다리면 원하는 경영계획을 내놓겠다"며 향후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원 동기와 각오 등을 묻는 질문에 황 내정자는 "아직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정리가 되면 궁금해하는 것을 모두 대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황 내정자는 1992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이사, 반도체연구소장과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반도체총괄사장, 기술총괄사장 등을 거치며 삼성의 S급 인재 가운데서도 손꼽히며 성공 드라마를 썼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며 2002년에 '황의 법칙'을 발표, 세계 반도체 업계에 이름을 떨쳤다.
이처럼 경영능력 면에서는 철저하게 검증된 최고경영자(CEO)지만 당장 KT가 처한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넘버원' 삼성이 아닌 KT라는 브랜드를 무기로 전자 업종과는 판이 다른 통신 시장에서 삼성의 성공 DNA를 이식하기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먼저 '무노조'기업이었던 삼성과는 달리 노조가 강한 KT에서 조직을 잘 추스릴 수 있을지 여부가 변수다. 또 사업 재편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도출해 내는 가도 관건이다. 무리하게 삼성식의 신상필벌을 들이댄다면 의외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KT 노조 고위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삼성식 무노조 경영에서 최고경영자(CEO)를 했기 때문에 KT에서 노사관계의 적응이 필요하다"며 "노조를 진정한 파트너로 보고 주요 경영 현안에서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CEO가 오면 사업 재편이나 계열사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석채 전 회장의 재임 중 영입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30여명의 임원들에 대해 황 내정자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통신 경험이 부족한 그가 현재 악화된 실적에 어떤 메스를 들이댈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KT는 지난 3분기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감소했다. 가입자 수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순감하고 있으며, 지난 3분기에는 11만4000명 가입자가 이탈했다.
KT의 삼성 종속화 논란도 황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해 사실상 삼성전자만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내정자가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기존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보였던 KT가 반대로 돌아설 경우 향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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