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VJ가 알고 보니 재벌 3세라고?"… '미래의 선택' 한채아의 진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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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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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선택' 한채아[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한 30년쯤?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내려왔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이 남자는 백수, 저 남자는 재벌 2세, 이 직업은 황금 직업, 저 회사는 대박 회사 등 지금은 알 수 없는 정보를 속속들이 알려준다면? 상상이 잘은 안 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미래의 선택'은 25년 후 자신인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내려와 운명을 개척해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 한채아는 비정규직 VJ 박세주(정용화)가 알고 보니 재벌 3세라는 사실을 알아버리는 유일한 인물 서유경 역을 맡았다.

감정 표현은 탁월했다. 말단 부하 직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벌 3세라니. 그전에도 호감은 있었지만 사실을 알아버린 후 마음을 고백하면 '속물'이라고 비판받을게 뻔하다. 그런데 한채아는 그 미묘한 감정 표현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채아 역시 그 장면을 가장 어려운 장면으로 꼽았다. '정신적 혼란'에 빠질 법한 사실을 알게 된 후 흔들리는 눈빛, 어지러운 머릿속 등을 연기하기 위해 홍진아 작가와 수십 번도 더 통화했단다.

"서유경이 밉지 않게 그려져야 했어요. '재벌 3세라고? 그럼 내가 꾀어야지!'가 아니라 원래부터 좋아했었는데, 믿기 힘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여자로서 당황하는 그런 모습을 표현해야 했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려운 숙제였어요."

연기를 마친 후 폭풍 칭찬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밉상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적정한 선을 지키며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고.

"처음에 본 캐릭터와 달라지면 시청자들도 혼란에 빠지잖아요. 신뢰도 없어지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나빠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응. 그렇 수 있어'라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게 중요했죠."

"너는 왜 VJ야? 정규직만 됐어도..."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는 편집됐다. 비정규직 리포터인데 사랑하는 남자까지 비정규직이라는 믿기 힘든 현실에 대한 통한의 투덜거림이었는데, 편집되어 아쉽다는 게 그의 진짜 속내였다.

한채아는 스스로를 짝사랑 전문 배우라고 칭했다. 최근 몇 작품에서 남자 배우를 짝사랑만 하다 보니 정말 우울해졌다는 한채아.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몰입도가 높았단다.

"원래는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요 근래에 계속 짝사랑만 해서 그런지 진짜 질투도 나더라고요. 나미래(윤은혜)를 바라보는 박세주, 그런 그를 바라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코 끝이 찡해지더라고요. 그냥 세주만 봐도 마음이 아플 때도 있었어요."

한채아의 말에 따르면 '미래의 선택' 시청률은 다소 낮았지만 촬영 현장 만큼은 1위 드라마 못지 않았다. 배우들끼리 화합이라든지 현기 호흡 등 촬영에 있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미래의 선택'을 끝으로 2013년을 마무리한 한채아의 더 큰 2014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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