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이해하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진 과정에 대해 ‘과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한다던 오바마케어 웹사이트는 처음부터 삐걱거리더니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복구가 안돼 보험 가입신청 대상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릴랜드 등 일부 지역은 등록 마감일을 연장하기도 했다. 메릴랜드의 경우 주 보험거래소를 통한 개인이나 가족 가입자들의 보험가입 마감일을 당초 12월 23일에서 27일까지 4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때까지 보험가입을 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등록 마감일 연장은 그동안 오바마케어 웹사이트의 전산장애로 가입이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다.
1월 1일부터 보험혜택을 받게 되는 가입자들의 첫 보험료 납부일은 1월 15일인데, 소위 ‘오바마케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병원과 보험사간의 갈등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오바마케어 건강 보험 가입자들을 위해 보험료를 대납해주거나 지원해 주는 일부 비영리단체 및 병원들의 움직임이 보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 결과 큰 병이나 병원신세를 자주 져야 하는 이들이 오바마케어 보험에 많이 가입하면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LA의 비영리단체 ‘어 베터 LA’가 주정부 운영 보험 거래소를 통해 오바마케어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무보험자 가운데 월 보험료을 납부하는데 어려움이 큰 저소득층 50명을 뽑아 매달 50~100달러의 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전국민 건강보험을 목표로 한 오바마케어에 이민자들의 신청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큭히 가족 구성원 가운데 불법체류 신분자가 있는 이민자들은 자신의 신분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라도 오바마케어 가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오바마케어에 가입할 경우 가족 구성원의 불법체류 신분이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즉, 오바마케어 가입 시 가족 구성원을 공개할 경우 신분이 연방 당국에 노출돼 추방으로 이어질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건강보험은 불법체류 이민자가 가입할 수 없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경우 가입이 가능하지만, 오바마케어 가족구성원 정보를 이민 당국이나 사법당국이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방정부가 수차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 태생 이민자는 약 400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약 3분의 1이 건강보험 미가입 상태이다.
이렇게 오바마케어 관련 문제 때문인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여론 평가가 올들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1500명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43%에 그쳤으며, 반대한다는 비율은 55%에 달했다.
재선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 국정지지율 54%에 비해 무려 11%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오바마케어에 대해 49%가 반대한다고 밝혀 찬성 비율인 46%를 웃돌았고, 55%는 오바마케어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다고 답했으며, 60%는 전면적인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을 자본주의 논리에만 맡기지 말고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며 살고 있는 서민들이 아플 때 마음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건강을 잃고 생명을 잃는 국민이 나온다면 그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하지만 제대로 안된 시스템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 또한 정부가 재산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기 전에 머리를 맛대고 서로를 도와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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