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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IT부 김진오 차장
안 전 사장은 삼성물산 미주본부장과 호텔신라 사장 등을 역임하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코엑스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삼성 CEO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걸맞게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코엑스가 글로벌 전시컨벤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코엑스는 이후 정재관(현대종합상사) 배병관(삼성테크윈) 홍성원(현대홈쇼핑) 지금의 변보경(코오롱 정보통신) 등 재계의 스타급 CEO를 잇달아 수장으로 맞이하며 전시컨벤션의 메카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김밥도 삼성이 만들면 더 잘 팔린다'는 재계의 속설이 다시 한번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얼마전 KT의 신임 회장 내정자로 확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두고 업계 안팍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황 내정자는 40여명의 후보를 제치고 KT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에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추천위는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 설정 능력, 추진력 및 글로벌 마인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 능력과 비전 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한 점이 추천위를 사로 잡았다는 전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으로서 국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는 등 ICT 전 분야와 다양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통신산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KT 관계자는 "통신 전문가는 KT 내부에도 많다"며 "임직원들과 뭉쳐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CEO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애교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삼성 CEO출신들이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어서며 성공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주가가 치솟는 '친정집(삼성)' 덕택에 시장에서 능력이나 몸값이 폭등하고 있는 삼성 DNA도 한몫하고 있다.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자택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계속 머물러 한때 외국 언론으로부터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렸다. 이 회장은 신사업에 착수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왜?" 냐고 최소한 여섯 번 이상 묻고 또 묻는다. 매순간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초밥 서너 개 만으로 하루를 버티며 생각에 잠기면 48시간 동안 잠을 안 자기도 했다. 이건희 경영의 '신의 한수'는 지독한 관찰과 사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황 내정자도 광화문 KT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영 구상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고 기다려주면 원하는 경영 계획을 내놓겠다" 고 밝혔다.
황 내정자가 평소 가장 즐겨 구사한다는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죽음을 각 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처럼 그가 난세에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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