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항공 해운 등 국내 물류업계를 정리하는 말들은 올 한 해 국내 항공사들과 해운선사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대변해준다.
2008년 금유위기 이후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누적된 경영난은 장기 실적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돌아왔고, 각 업체들은 마지막까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다.
◆ 실적악화 지속에 항공사고 악재 속 저가항공사 약진
2013년 국내 항공업계는 암울한 가운데 시장 구도 개편의 시작을 알린 한해 였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까지 올해 누적 매출은 약 8조867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9조3506억원에 비해 5.1%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폭은 더 커서 전년 1~3분기 영업이익 2587억원에서 올해는 373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분기까지 올해 누적 매출액 4조312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129억원보다 감소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12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 1949억원에 비해 90%이상 줄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자사 항공기가 착륙사고를 일으키는 대형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OZ214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후미 부분이 활주로와 충돌, 승무원을 포함해 사망자 3명, 부상자 183명이 발생한 대형 사고였다.
그나마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처 등으로 대형참사는 막았으나 중국인 탑승객이 사망자에 포함 돼 아시아나항공이 집중하고 있는 중국노선에서 타격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알짜노선으로 꼽히던 일본 노선에서 수익이 감소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러한 가운데 LCC로 불리는 저가항공사들은 시장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이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분기 1240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각각 32.3%, 186.4% 신장시키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및 티웨이항공 등도 꾸준히 노선을 확장하며 경영의 안정화를 찾았다.
이들은 특히 기존에 국내선에 국한돼 있던 노선을 동남아 등 국제선으로 확장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 해운업계, “올해만 넘기자” 유동성 마련 총력전
해운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초 국내 최대 벌크선사이자 해운업계 3위인 STX팬오션이 M&A 시장에 나오면서 해운업계의 혹독한 한 해를 예고했다.
STX팬오션은 공개매각 전환 등 STX그룹의 매각 노력이 이어졌지만 끝내 불발되고, 결국 법정관리 수순으로 들어갔다.
아울러 매각에 실패한 STX그룹 역시 차례로 자율협약에 돌입하며 사실상 그룹 해체의 길을 가게 됐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 역시 고난의 한 해 였다. 올해 초부터 추진해 왔던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끝내 좌절되면서 지난 10월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는데 이르렀다. 이어 김영민 한진해운 전 사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주)한진 사장이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와 함께 독자경영을 이어오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그룹 독립에 대한 뜻도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9일에는 대한항공이 2조2000억원, 한진해운이 1조5000억원을 마련하는 재무구조개선안도 내놨으나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업계 2위 현대상선도 22일 계열사인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해 금융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강력한 자구책을 내놨다.
채권단 및 금융권으로부터 유동성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모기업의 물량을 바탕으로 나홀로 성장하며 해운업과 벌크부문의 사업 확대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두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와 해운업계 호황기 당시 시장 예측에 실패한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초대형 글로벌 선사들과 중국 선사들이 자국 정부의 지원을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는 사이 국내 해운업체들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며 “머스크 등 세계1~3위의 해운선사 동맹인 P3가 출범하고 중국의 선사들이 물량 확보를 가속화할 경우 국내 해운선사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해운업계의 상황은 결국 금융위기가 오기 전 호황기 당시 수요 예측에 실패한 국내 해운업체들이 스스로 자처한 것”이라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결국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