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동양사태' 교훈이 금융계열사 규제 강화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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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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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올해 들어 STX 웅진, 그리고 동양. 국내 굴지의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애국자도 아니고 그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도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모두가 글로벌 경제침체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큰 기업들은 곧 상황이 좋아져서 우리나라 경제가 활성화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말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기업이 탄생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업이 망하는 것이 두려워 흥하지 못하고 쇠하는게 싫어서 성공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동양사태를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들은 "나는 몰랐다 속았다"며 팔아넘긴 자를 탓하고 감독당국은 "기업이 금융을 기만했다"며 경영진의 비도덕을 탓한다.

특히 투자자들이 거래한 금융회사가 그 기업의 계열사라는 이유로 금융과 산업이 분리되지 못하여 생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규제를 게을리한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회사를 소유한 다른 기업그룹에게까지 단죄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양사태에서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기업경영에 실패한 주주들과 경영자, 그리고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들에게 있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었던, 적어도 손해를 보고 물러나지 않으려던 기업은 자금을 원했고 투자자들은 일반 금융상품보다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선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능성에 머물렀던 위험이 현실화되었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일반적인 투자자와 기업 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분에서 감독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었고, 엄밀히 말해 연관성이 없는 금산결합규제와 금융계열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비은행금융회사 대주주의 준법성 심사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위하여 대주주의 준법성 등을 심사하는 자격기준은 이미 개별 금융업법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회사의 경영과 무관한 주주의 준법성까지 요구하면서 금융회사 소유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서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또한 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이번 동양그룹 사건과는 무관해 보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CP 발행은 주주의 의결사항이 아니고 경영진의 기업자금조달 수단과 관련된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굳이 감독당국의 관리실패 문제를 따지자면 금산분리 규제의 실패가 아니라 불법적인 판매행위에 대한 단속을 게을리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모든 시장을 관할하고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사고나는 것이 두려워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도,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기본적인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발행하는 회사채, CP 거래 자체를 관리하는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뿐만 아니라 기업의 몰락과 그 피해가 어느 하나의 잘못만으로 초래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경영자의 무능력함, 감독과 규제의 실패, 투자자의 판단 실수 모두 각자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른 기업의 경영은 계속될 것이며 투자자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도 이어질 것이다. 자본주의가 있는 한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감독기관의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시장원리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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