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지난 11월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을 매각하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자산 매각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재무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부CNI는 지난 20일 동부하이텍 주식 36만4931주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대출 받았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약 18억원 규모다.
같은 날 동부CNI는 동부건설ㆍ동부라이텍ㆍ동부로봇ㆍ동부제철 주식도 담보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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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CNI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빌린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에도 동부CNI는 보유 중인 동부제철 주식 120만785주, 동부로봇 247만3019주, 동부라이텍 288만주에 대해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담보대출 계약을 맺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180억원대의 계약이었다.
최근 한 달 사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만 500억원 정도의 차입금이 동부CNI로 흘러 들어갔다.
동부CNI가 최근 그룹 내 지분 관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단기성차입금에 대한 상환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동부CNI의 차입금은 2514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대부분이 단기성차입금이다. 매달 갚아야 할 돈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1500억원 가량의 회사채 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동양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부CNI 뿐만 아니라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도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 차입에 나서고 있다.
동부제철이 지난 10월 14일 동부하이텍 주식 147만주를 아주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겼으며 동부건설은 지난 2일 동부제철 주식 6390주를 산업은행에 담보로 주고 자금을 빌리는 등 지분 담보 차입이 동부그룹 내 전체로 퍼지는 모양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부CNI는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며 실적에 비해 차입금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추진 과정에서 동부CNI가 가진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계열사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CNI의 주식 담보 대출은 기존 차입금에 대한 상환 목적으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차입금 규모도 3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아 그룹 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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